[하루 한 생각] 6월 11일 顚沛匪虧(전패비휴) 아무리 위급한 경우라도 잘 대처를

입력 2015-06-1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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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늘어나고 괴담이 번지면서 공포와 불편이 커지는데도 정부의 대처는 우왕좌왕 허둥지둥이었다. 전돈낭패(顚頓狼狽), 엎어지고 자빠지며 갈팡질팡하는 형국이었다. 전은 엎어지는 것, 돈은 자빠지는 것이다.

낭패는 전설상의 동물이다. 낭(狼)은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고 성질이 흉포하지만 꾀가 부족하다. 패(狽)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고 순하며 꾀가 많다. 걸을 때면 패가 주도해야 하는데, 서로 고집을 피울 경우 움직이지 못해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목은 이색은 48행이나 되는 시 자송사(自訟辭)에서 자신을 이렇게 묘사했다. “네 몸 왜소하고 못생겼음이여/남 보기에 곧 넘어질 것 같으리/보는 게 짧은 데다 듣는 것도 어두워/남의 소리 들으려면 좌우를 돌아보네”[汝之軀矮而陋兮 人視之若將仆也 視旣短而聽又瑩兮 中人聲而左右顧也] 중간 부분에 “오직 나만 전도낭패함이여/선을 주로 삼는 순일함을 몰랐어라/오직 순일함에 합할 줄 모름이여/저 금수의 무리와 무엇이 다르랴”[惟吾之顚頓狼狽兮/莫知主善之克一也/夫惟一之罔知協兮/禽獸之歸而何擇]라고 했다. 자세히 읽어보면 자부심의 표현이다.

엎어지고 자빠지는 걸 전패(顚沛)라고도 하는데, 논어 이인(里仁)편에 이 말이 나온다. “군자는 밥 먹기를 끝내는 동안에도 인자함을 어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니, 아주 급한 때라도 꿋꿋이 인자해야 하고, 엎어지고 자빠지더라도 또한 그래야 한다.” [君子無終食之間違仁 造次必於是 顚沛必於是]

이 문장을 이용한 게 천자문의 ‘절의염퇴 전패비휴(節義廉退 顚沛匪虧)’다. 匪는 아닐 비, 虧는 이지러질 휴이니 절도 의리 청렴 겸양을 이지러뜨리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위급한 경우라도 잘 대처하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제각각이던 정부와 지자체가 메르스 대처에 손발을 맞춰가는 듯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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