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나의 17번홀 티샷, ‘실력일까, 행운일까’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5-1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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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나의 17번홀 티샷이 눈길을 끌었다. 케빈 나는 10일(한국시간) 열린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17번홀에서 살짝 뒤땅을 치고도 핀에 붙이는 행운을 안았다. 사진은 16번홀 티샷 후 모습. (AP뉴시스)

“골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말에 동감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 막 골프채를 든 사람이든 구력 10년 이상의 프로골퍼든 “골프가 어렵다”는 말엔 이견이 없다.

골프가 어렵다는 건 프로골퍼들을 보면서 절감한다. 2006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강지만(38)은 평소 “퍼팅만 잘 되면 항상 우승할 것 같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의 특기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샷이었지만 퍼팅엔 약점이 있었다. 그러던 그도 절정의 퍼트 감각을 발휘한 때가 있었다. 바로 2006년 신한동해오픈이다. 당시 강지만은 최경주(45ㆍSK텔레콤)와 2005년 US오픈 챔피언 마이클 캠벨(46ㆍ뉴질랜드)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그 우승 이후 정작 드라이버가 맞지 않아 슬럼프를 겪게 됐다.

제 아무리 실력 있는 프로골퍼라도 단 한 차례의 입스(Yipsㆍ골프에서 스윙 전 불안감을 느끼는 증세)로 은퇴까지 이르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9ㆍ미국)의 최근 부진도 허리 통증보다 입스가 더 문제라는 주장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다. 그 어렵던 골프가 술술 풀리기도 한다. 티샷한 볼에 극심한 슬라이스가 걸렸지만 산 중턱 나무나 바위에 맞고 페어웨이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카트 도로를 타고 그린 주변까지 내려가 어프로치하기 좋은 곳에 멈춰 설 때도 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오히려 타 수를 줄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컨드 샷에서 톱볼이 발생해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떨어졌지만 물수제비를 타며 그린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내리막 경사에서의 톱볼은 오히려 온그린이라는 행운을 안겨줄 때도 많다.

골프 경기에서의 예상치 못한 행운은 프로골퍼 사이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10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는 재미동포 케빈 나(31ㆍ한국명 나상욱)의 행운의 티샷이 눈길을 끌었다.

케빈 나는 아일랜드 홀인 17번홀(파3)에서 살짝 뒤땅을 쳤지만 핀 1m 남짓 거리에 붙이는 행운을 얻었다. 그는 티샷 후 클럽을 내동댕이칠 만큼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일랜드홀에서의 뒤땅은 워터해저드라는 혹독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빈 나의 클럽 페이스를 떠난 볼은 핀을 향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핀 1m 남짓 지난 지점에서 멈췄다. 케빈 나는 뜻밖의 행운에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좋은 결과에 대해 웃음이 인색한 사람은 없는 듯하다. 반대로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웃음꽃은 금세 사라진다. 스코어카드 및 각종 기록에 ‘뒤땅’ 혹은 ‘행운의 버디’라 표기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운도 실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기력과 운의 상관관계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다. 그보다 행운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기록되지 않는 실수라 해서 아예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결과보다 잘 된 샷과 잘 못된 샷을 냉철하게 판단해 받아들이는 자세가 실수 확률을 줄이는 비결이 된다.

18홀 라운드 중에는 실수와 행운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라는 너그러운 평가가 반복될수록 스스로의 발전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 사소한 차이가 일류와 삼류를 낳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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