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몬트세라트 궤비르나우, ‘소속된다는 것’

입력 2015-04-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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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소속’의 의미

우리 모두는 언젠가 조직을 떠나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정년퇴직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일 수도 있다. 이때부터 누구나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소속감의 상실로 인한 외로움과 정체성의 혼란이다. 몬트세라트 귀베르나우의 ‘소속된다는 것’(문예출판사)은 부제인 ‘현대사회의 유대와 분열’처럼 현대인에게 중요한 소속의 가치와 의미를 다룬다.

현대인은 자유의사에 따라 특정 집단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그가 얻는 편익과 비용은 명확하다. “새롭게 얻은 집단 정체성의 영향으로 자아 정체성이 변형되면서 개인은 집단 소속에 결부되는 안정과 온정을 누리는 대가로, 개인적 자유를 꽤 많이 포기하도록 종용받는다.” 소속되기로 결정한 개인은 동료 구성원들과 일정한 공통의 이해관계와 목표 및 특징 등을 공유함으로써 제한된 자기 존재를 초월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속한 개인은 끊임없이 조직을 떠나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꿈꾸게 된다. 그러나 막상 조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개인이 져야 할 책임은 묵직함 그 이상일 수 있다. 현대인이 갖고 있는 이 같은 고민을 한 전문가는 이렇게 요약한다. “근대의 이점은 만만찮은 가격표를 동반한다. 자신의 운명을 형성하는 데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폭이 클수록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책임의 무게도 무거워진다. 삶은 어느 때보다 더 흥미롭고 더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힘이 많으면서도 더 무기력하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세계화의 물결이 거센 시대에 조직을 떠난 개인은 고립과 존재론적 불안정을 넘어서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책은 개인에게 소속을 강요하는 감정이 워낙 강해서 종종 개인은 집단 성원이 되는 특전을 얻는 대가로 기꺼이 자유를 포기한다는 점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현대사회의 독특한 특징인 ‘선택에 따른 소속’의 의미와 영향, 결과를 탐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속감은 소외와 고독에 대한 가장 강한 해독제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소속의 충동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속의 충동은 개인으로 하여금 개인적 이해관계를 희생하도록 자극한다. 또한 이 충동은 개인에게 공동체의 규칙과 규범의 가치를 따르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자유를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그 대가로 사람들은 안전과 보호, 유대와 동료애를 누린다.”

비교적 일찍 조직을 떠나 본 경험을 가진 필자는 어떤 사람이라도 소속감을 상실하게 되었을 때 감내해야 할 불안감이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웬만큼 내적인 확신이 강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 아니라면 소속감의 상실은 의외로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책은 소속감을 오랜 시간 인간이 추구해 온 자유가 아니라, ‘소속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통해 현대를 거꾸로 분석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입으로 자유를 외쳐 온 인간의 행동과 사회가 과연 무엇을 향해 나아갔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점점 관계가 단기화돼 가고 노마드의 삶을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개개인에게는 소속감의 실체와 그것을 상실하게 되었을 때 개인이 겪게 되는 파급효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체성, 선택에 의한 소속, 소속된다는 것, 소속을 위한 다양한 의식, 소속을 위한 선택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독자들이 현대사회에서 소속감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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