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텔러→딜러→자산운용… 숲을 보니 다른 나무도 욕심”

입력 2015-04-15 10:22 수정 2015-06-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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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란 HSBC은행 자금운용본부 수석본부장

“상사가 퇴근한 뒤, 상사 자리에 한 번 앉아봐라.”

서혜란 HSBC은행 자금운용본부 수석본부장이 매년 신입사원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상사의 입장에서 부서의 전체적인 흐름과 그림을 그려보라는 뜻에서다.

서 본부장은 전체를 내려다보는 거시적인 안목이 ‘HSBC 서울지점 최연소 수석본부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조직의 차원에서 업무를 내려다보는 습관이 지금의 서 본부장을 성공한 여성 금융인으로 이끌었다.

▲서혜란 HSBC 자금부 수석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HSBC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숲을 본 뒤 나무를 봐라 = 서 본부장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조직 차원에서 내가 맡은 업무의 의미를 파악한 후 이를 되새기는 작업이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이 일의 결과물이 은행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꼭 생각한다.

서 본부장은 “신입사원을 교육시킬 때 항상 은행 조직도를 먼저 그려준다. 그렇게 하면 은행 전체에서 본인이 어떤 부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쉽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 본부장에게도 신입사원 시절이 있었다. 1996년 HSBC 부산지점에 첫 발을 디딘 서 본부장의 첫 업무는 수출입 신용장 통지였다. 해외에서 신용장이 들어오면 진위를 파악한 뒤 수출업자에게 신용장을 통지하는 간단한 업무였다.

서 본부장은 이런 작은 업무에서도 조직 차원의 큰 의미를 찾으려 애썼다. ‘신용장 통지 후 어떤 업무 과정을 밟는지’, ‘수출업자의 효용은 무엇인지’, ‘신용장 통지로 얻는 은행의 이익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부했다. 서 본부장은 “업무의 의미를 넓혀나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업무와 조직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꿈과 함께 ‘성장’하다 = 어린 시절, 서 본부장은 예쁜 유니폼을 입고 은행 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의 모습에 마음을 뺏겼다. 그때부터 서 본부장의 장래 희망은 은행원이 됐다. 은행원이 되고자 무작정 상고에 진학하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다. 서 본부장은 “HSBC에 입행하면서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텔러의 꿈을 이룬 서 본부장은 ‘딜러’라는 새로운 꿈을 심었다. ‘나는 나를 베팅한다’라는 책을 읽은 후 ‘딜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그는 “딜러에 대한 막연한 꿈을 꿨다. 딜링룸에 수시로 전화해서 궁금한 걸 묻고, 서울에 출장을 가면 외환시장 동향을 들으려고 딜러에게 시간 좀 내달라고 졸랐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서 본부장은 4년 만에 서울 딜링룸에 입성했다. 딜링룸에서 외환 업무를 담당하던 서 본부장의 관심은 다시 자금 쪽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지금 13년째 자금운용 조달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서 본부장의 업무는 크게 △은행의 유동성 관리 △이자율 리스크 관리 △은행 계획 수립 어드바이저 등 세 가지다. 핵심은 운용수익이다. 은행의 목표 수익을 달성해야 하는 만큼, 은행의 중추신경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 본부장은 “금융시장 변화와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수익을 연결시키는 게 어렵다”며 “1년 내내 하는 고민이지만, 요즘엔 그 무게감이 더 묵직하다”고 고백했다.

◇입사 20년차, 후배 양성을 향한 꿈 = 텔러부터 딜러를 거쳐 수석본부장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온 서 본부장의 커리어는 후배 직원들의 롤모델이 되곤 한다. 서 본부장은 “어린 직원들이 멘토를 해달라고 할 때 많은 생각이 든다”며 “뿌듯함과 함께 책임감도 들면서 후배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0년간 HSBC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은행의 전반적인 흐름과 과정, 오래된 금융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서 본부장은 말한다. 이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금융경제를 배웠고, 현재는 최고경영자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실무에만 능통한 게 오히려 한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론적으로도 보완하고자 하반기에는 박사 과정을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본부장은 욕심이 많다. 후배 양성과 함께 금융당국기관에서 일하며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서 본부장은 “오랜 기간 자금을 총괄하다보니 자금 운용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조직에서 관련 제도를 만들거나 시장을 조사·분석하는 일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약력: △1996년 HSBC 부산지점 입행 △2001년 HSBC 서울지점 딜링룸 △2002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금융경제 석사 △2002년 HSBC 서울지점 딜링룸 내 Balance Sheet Management △2012년 HSBC 서울지점 Balance Sheet Management 헤드 역임 △2014년 3월 자금부 수석본부장으로 승진 △2015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Global Leadership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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