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4월 12일 拔葵去織(발규거직) 아욱을 뽑고 베틀을 버리는 공직자

입력 2015-04-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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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사마천의 ‘사기’ 순리열전(循吏列傳)에 춘추시대 노나라 재상 공의휴(公儀休) 이야기가 나온다. 탐관(貪官)이나 오리(汚吏)의 반대말인 순리는 법 집행이 엄격하고 청렴한 관리를 말한다. 어제 이야기한 포청천과 같은 인물이다. 공의휴는 ‘녹을 받는 공직자가 백성과 이익을 다투지 못하게 하고 대형 사업의 수혜자가 작은 이익까지 챙기지 못하게’[使食祿者不得與下民爭利 受大者不得取小] 한 사람이다. 관리들이 정경유착으로 이득을 취하거나 재벌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지 못하게 했다는 뜻이다.

그에게 물고기를 선물했다가 거절당한 이가 “물고기를 좋아하신다 하여 선물했는데 왜 안 받느냐”고 물었다. 공의휴는 “물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은 재상이니 스스로 물고기를 사 먹을 수 있는데 이걸 받았다가 파면당하면 앞으로 누가 물고기를 선물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받지 않는다고 했다. 참 멋진 말이다.

그가 어느 날 집에서 밥을 먹는데 아욱 맛이 좋았다.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더니 텃밭에 아욱을 기른다고 했다. 공의휴는 아욱을 다 뽑아버렸다. 또 집안에 고운 옷감이 있는 걸 보고 어디서 났느냐고 물으니 며느리가 짠 것이라고 했다. 공의휴는 베틀을 태운 뒤 이렇게 말했다. “채소를 가꾸는 농민과 직물 짜는 여인들은 어디다 물건을 내다 팔란 말이냐?”

여기서 발규거직(拔葵去織)이라는 성어가 나왔다. 직역하면 ‘아욱을 뽑고 베틀을 내버린다’는 말이지만 공직자로서 민간과 이익을 다투지 않는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중국 북위(北魏) 정광(正光) 3년(522)에 세운 장맹룡비(張猛龍碑)에도 이 말이 나온다. 장맹룡은 청렴 공정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공직자여서 1500년이 지난 지금도 송덕비에 그 이름이 빛난다.

우리 공직자나 재벌들아, 발규거직이라는 말을 아느뇨 모르느뇨?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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