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4월 8일 櫻花爛漫(앵화난만) 벚꽃이 만발하여 흐드러지네

입력 2015-04-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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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벚꽃이 북상하고 있다. 진해군항제가 끝나는 10일이면 서울의 벚꽃도 만개할 거라는 기상 전망과 달리 이미 다 흐드러졌다. 이번 주말 벚꽃 명소는 상춘객들로 더 붐빌 것 같다. 벚꽃은 일본의 꽃처럼 알려졌지만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 경판도 벚나무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하도 이 꽃을 좋아하고 충성과 희생의 상징으로 만드는 바람에 한국인들은 착잡하다. 에도시대의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1730∼1801)는 ‘일본의 영혼이 뭐냐고 묻는다면/아침 해에 향기롭게 피어나는 산벚꽃이라 하리’라는 와카(和歌)를 남겼다.

1944년 10월 일본 제1항공함대 사령관인 오니시 다키지로(大西瀧治郞·1891~1945) 중장이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라는 자살부대를 편성했다. 희생된 병사들을 일본인들은 벚꽃에 비유했다. 아마자쿠라[天櫻] 야마자쿠라[山櫻] 와카자쿠라[若櫻] 하쓰사쿠라[初櫻] 등등. 와카자쿠라는 젊은 벚꽃, 하쓰사쿠라는 처음 핀 벚꽃이다. 1943년 무렵 유행한 학도동원가에도 ‘花も?の若櫻’, ‘꽃도 아직 몽오리인 와카자쿠라’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한다.

미당 서정주는 1944년 11월 개성 출신 가미카제 특공대원의 죽음을 찬양한 시를 썼다. ‘마쓰이오장 송가(松井伍長 頌歌)’는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 항공오장 마쓰이 히데오여’로 시작된다. ‘수백 척의 비행기와/대포와 폭발탄과/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그대/몸뚱이로 내려져서 깨었는가?/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시인 김춘수는 “미당의 시로 그의 처신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미당의 처신으로 그의 시를 폄할 수도 없다”고 했지만 안타깝고 민망한 일이다.

벚꽃이 터지듯이 핀 것을 앵화탄방(櫻花綻放)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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