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훈센 총리의 128달러와 근로자 1달러 식사

입력 2015-04-02 10:30 수정 2015-04-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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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최저임금 128달러와 하루 식대 1달러.

이는 지난달 현장 취재차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만난 현지 기업인이 말한 캄보디아 신발·봉제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삶이다.

올해 캄보디아 근로자의 최저임금인 월 128달러는 지난해 유혈사태를 빚었던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시위로 얻은 결과물이다.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128달러 결정과정에서 훈센 총리가 캄보디아 노동자문위원회(LAC)가 결정한 최저임금 월 123달러에 오히려 5달러를 더 올려주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점은 흥미롭다. 그 배경에는 30년 장기집권하고 있는 훈센 총리가 지난 2013년 캄보디아 총선에서 야당 연합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다음 총선에서 질 수 있어 근로자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얘기다.

최저임금 월 128달러는 우리가 보기에는 큰 돈이 아니지만 캄보디아에서는 파격적인 임금 인상이다. 캄보디아 근로자 최저 임금은 지난 2013년 하반기에 기존 60달러에서 80달러 임금인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근로자 임금인상 파업과 시위로 2014년 초 100달러 인상했다가 그해 11월 128달러로 올렸기 때문에 2년 사이 두 배 이상 임금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그만큼 베트남 자본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훈센 총리가 여론 악화로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자 내린 결단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소비 진작을 위해 먼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묘하게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올해 캄보디아 최저임금이 월 128달러로 결정되면서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현재 145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최저임금 외에 법으로 정한 식대비로 점심 매일 0.5달러, 야근시 저녁식사 0.8달러와 야근수당을 합하면 보통 근로자들이 한 달에 145달러 정도 받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임금이 인상된 만큼 공장 주변의 집세와 공공요금, 식당 식사비도 덩달아 올라 실제 근로자에 손에 들어오는 돈은 임금인상 전과 비슷하다고 한다.

대다수 근로자는 출퇴근 차량으로 이용하는 2.5톤 트럭에 콩나물시루처럼 보통 60명이 탄다. 이 트럭 이용 요금이 근로자 1명당 월 10달러 정도다. 여기에 집세로 한 달에 20~30달러 부담하는데 집세를 아끼려고 한 집에 3~4명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전기세, 물세 등 공공요금을 따로 20달러 정도 내야 하기 때문엔 근로자 1인당 부담하는 금액이 아껴도 30달러 이상 나간다고 한다. 생활비와 식대를 빼고 나면 근로자가 한 달에 쥘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 집에 최소 한 달에 20~30달러 정도라도 보내려면 하루 식대를 아낄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올라온 근로자들 대부분이 식대를 아끼고자 하루 1달러로 세끼를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보통 우리나라 젓갈류와 비슷한 쁘라혹을 밥에 비벼서 먹으면 하루 세끼 1달러로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영양실조로 공장에서 일하다가 혼절하는 숫자가 한 달에 300~400명 정도 나올 정도다. 일부 신발·봉제공장은 이를 방지하고자 구내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곳도 생겨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런 팍팍한 삶에도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얼굴에는 우리나라 70~80년 초의 근로자들의 모습처럼 희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뜨겁다. 한 업체의 광고로 최저임금 시간당 5580원은 전 국민이 알게 됐다. 기업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면서 점심 한끼 값도 되지 않는 시간당 5580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성장해야 경제도 성장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기업은 성장해도 경제 성장이 주춤해지자 정부는 최근 태도를 바꿔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임금인상으로 소비를 진작해야 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희생이 나오듯 우리 경제도 70~80년대 근로자의 희생이 있어 지금의 대기업들이 존재했던 점은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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