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영의 서울 숨은그림찾기] 우리 땅 야생화·자생식물 한자리에… '창경궁 대온실'

입력 2015-03-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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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식물원인 창경궁 대온실

3월 중순으로 넘어서면서 따뜻해진 아침 햇살과 남쪽에서 찾아온 봄 향기가 살며시 내 몸속으로 다가와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앙상한 가지의 가로수나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바람은 산책에 나선 나의 발걸음을 여전히 무겁게 만들었다. 이 때에 남쪽을 찾지 않아도 따뜻한 봄을 완전히 누릴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식물원인 창경궁 대온실이다.

대온실은 동물원과 함께 우울한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근대 문물의 유입이 대부분 그렇듯 일제강점기에 즈음해 도입됐다. 1907년 일본 왕실 식물원 책임자였던 후쿠바가 설계하고, 프랑스의 한 회사가 시공해 건축 당시 동양 최대 규모로 만들었다. 그리고 열대지방의 관상식물을 비롯해 많은 희귀한 식물들이 전시되어 1960~70년대에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 후 궁을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에 1983년 창경궁 복원사업이 시작되었고 대온실을 제외한 뒤쪽에 있던 돔식 온실 2개와 동물원은 흔적도 없이 살아지게 되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창경궁 홍화문을 지나 조그만 대온실 표지판을 따라 5분정도 건다보면 창덕궁을 둘러싼 언덕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냇물을 모아 만들어진 춘당지를 만날 수 있다. 춘당지는 창경궁 후원에 있는 연못으로 넓고 아름다워 잠시 안자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춘당지를 지나 조금만 걷다보면 고풍스럽고 세련된 모습에 1909년 하얀 목재와 철재, 유리로 만든 서양식 식물원 대온실이 나타난다.

문을 열고 대온실에 들어서면 따뜻한 온기와 생기 넘치는 토종 식물들이 가득 하다. 특히 붉게 물든 동백꽃이 여기저기 활짝 피어 있어 내 마음도 환해지는 느낌이다. 유리온실 속 식물들과 함께 광합성을 즐기며 산책하는 기쁨도 매우 행복하다. 이 행복한 기운은 대온실을 찾은 관람객들도 공감하는 듯했다. 아이들은 즐거운 듯 나무 사이를 뛰어 다녔고, 연인 및 친구사이로 대온실을 찾은 관람객들은 꽃 앞에서 기념 촬영에 즐거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다른 식물원과 달리 높은 키에 넓은 잎을 가지고 있는 열대지방 희귀식물과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소박하면서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야생화, 자생식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장수백매, 상록패랭이, 땅 채송화, 독도 섬기린초, 청희단풍, 해송, 장수매, 앵두꽃, 갯패랭이, 섬노루귀, 백량금등 이름도 예쁜 나무와 꽃들로 가득하다. 또한 겨울에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여기말고는 없어, 우리나라의 야생화, 자생식물을 카메라에 담으며 취미생활을 하는 중년의 남성들도 많아 보였다.

건축물 자체를 주의깊게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대온실은 전체적으로 서양에서 유행한 수정궁류의 근대건축을 연상 시킨다. 또한 조선왕실의 오얏꽃 문양이 문과 지붕 용마루에 반복적으로 장식되어 있는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입구에는 르네상스풍의 분수와 미로식 정원 그리고 잘 정돈된 조경수들이 대온실과 어우러져 건축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대온실은 19세기 말 세계박람회 전시 건물의 형식을 따른 근대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외관으로만 보면 작지만 국내 온실 식물원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창경궁 후원에 넓고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

▲르네상스풍의 분수와 미로식 정원 그리고 잘 정돈된 조경수들이 대온실의 건축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대온실에는 조선왕실의 오얏꽃 문양이 문과 지붕 용마루에 반복적으로 장식되어 있다.

▲대온실에 피어있는 붉은 동백

▲우리나라 토종 식물 땅 채송화

▲작고 아름다운 장수매

▲대온실 속 중앙에 작은 연못

▲대온실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추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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