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이 장남인 정지선(34) 현대백화점 부회장에 한무쇼핑 지분을 증여하고, 이를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지난해 2월 오너 일가와 계열사간 지분거래를 2세만 달리해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 상무는 지난 8월말 정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현대H&S 지분 10.1%(56만6000주)에 대한 증여세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정교선 상무 한무쇼핑 증여주식 541억원에 매각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유가증권 투자차익 및 경영권 강화를 위해 한무쇼핑 지분 3.41%(20만8000주)를 인수키로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이를 통해 그룹내 4개 백화점 계열사들(현대백화점, 한무쇼핑, 현대쇼핑, 현대DSF)의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 지분을 종전 34.33%에서 37.75%(229만9250주)로 확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지분거래 이면에는 지난해 2월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너 정몽근(64) 회장의 2세 지분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계열사들의 징검다리 역할이 감춰져 있다.
한무쇼핑에 따르면 한무쇼핑 3대주주인 정 회장은 지난 23일 보유중이던 한무쇼핑 지분 25.09%(152만8000주) 중 6.12%(37만3000주)를 정 상무에게 증여했다.
정 상무의 증여 지분을 곧바로 현대백화점과 현대쇼핑이 각각 3.41%(20만8000주), 2.71%(16만5000주)씩 인수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주당 인수가격은 14만4910원(액면가 5000원). 이를 기준으로 정 상무는 각각 301억원, 239억원씩 총 541억원에 달하는 매각자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현대백화점 2005년 2월 비해 30% 할증가에 매입
특히 주당 인수가격과 관련해 지난해 2월 현대백화점이 정몽근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34) 부회장으로부터 한무쇼핑 지분을 인수할 당시와 비교해 향후 시장 반응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정 부회장이 지난 2004년 말 정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한무쇼핑 지분 10.51%(32만주)를 2개월여 뒤인 지난해 2월 주당 22만3097원씩 총 71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한무쇼핑의 액면가는 1만원으로 현재 5000원(지난 7월19일 주주총회에서 분할)으로 환산하면 현대백화점의 인수가는 주당 11만1549원꼴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지난 2003년 6월 정 부회장이 보유중이던 한무쇼핑 주식 13만5000주를 주당 17만7021원(액면가 5000원 환산 8만8510원)에 매입했던 것 등과 비교해 ‘고가 매입’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현대백화점은 이번 정 상무 지분의 경우 2003년 6월과 지난해 2월과 비교해 63.72%, 30.01% 가량 할증된 가격에 매입하는 셈이다.
◆8월 현대H&S 지분 10.% 증여세 충당할 듯
현대백화점과 현대쇼핑, 정 상무간의 지분 거래를 놓고 지난 8월말 정몽근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현대H&S 지분 10.1%(56만6000주)에 대한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재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후계 구도가 현대백화점 등 유통부문은 장남에게, 현대H&S 등 자산관리 등 부문은 차남에게 각각 분할하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상무는 지난 8월 지분 증여로 현대H&S 지분을 기존 11.3%에서 21.3%로 늘리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현재 상속세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명의개서일 3개월 이내에 증여 받은 부분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정 상무는 11월 말까지 증여받은 56만6000주에 대한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증여일 당시 현대H&S 종가(6만4200원) 등을 감안해 정 상무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가 150억~16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 상무는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한무쇼핑 주식을 현대백화점과 현대쇼핑에 매각함으로써 현대H&S 증여세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