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잡스의 남자’ 팀 쿡 애플 CEO의 저력...“그는 스티브 잡스와 달랐다”

입력 2015-02-11 15:56 수정 2015-02-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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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블룸버그

애플이 1977년 창사 이래 가장 잘 한 결정은 애플(Apple Inc.)로 남은 일이다. 그 다음으로 잘 한 일은 희대의 비저너리였던 고 스티브 잡스가 후계자로 팀 쿡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목한 일일 것이다.

마이클 스콧과 마이크 마쿨라, 존 스컬리, 마이클 스핀들러, 길 아멜리오 CEO대까지만해도 애플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AT&T, 코닥, 캐논, IBM, 필립스 등 수 많은 업계의 강자들이 몰락해가는 애플에 연달아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현재, 전세는 완전히 역전됐다. 과거 애플을 집어삼키려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오라클에 합병됐고, 코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캐논은 주력인 카메라 사업이 고전하면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처지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하나로 이 모든 업체들의 기술을 아우르며 업계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추방했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다시 불러들이고, 그의 사후에 팀 쿡을 수장으로 맞으면서 애플 제국의 신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10일(현지시간) 미국 기업 중에서는 물론 세계에서 처음으로 7000억 달러(약 764조원)를 돌파했다. 이날 애플의 주가가 122.02달러를 찍으면서 시가총액은 7107억 달러로 세계 2위인 엑손모빌(3854억 달러)의 2배에 육박하게 됐다.

전임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당시만 해도 팀 쿡의 실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아이폰6 시리즈의 성공에 따른 명확한 수치와 함께 팀 쿡의 실력에 대한 우려는 더이상 의미가 없게 됐다.

고 스티브 잡스가 ‘혁신의 천재’였다면 팀 쿡은 ‘대기만성형 반전의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떠난 후 애플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이폰에 대해 기능은 물론 디자인 면에서도 혁신성이 없다는 비난이 이어졌고,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며 지적 재산권과 특허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법정 분쟁을 벌였다. 또한 중국 하청업체인 폭스콘에서는 환경 문제와 노동 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었다. 여기에다 미국에서는 고용과 납세를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 제국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이래서 나왔다.

하루빨리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애플의 CEO로서 그의 최대 과제였다. 잡스의 바통을 이어 받은 직후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올바르게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고 한다. 이게 팀 쿡의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잡스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기 전에는 팀 쿡의 존재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동료들과의 친분도 돈독하지 않았다. 그는 베일 속의 인물이었다. 이것이 그를 잡스의 후계자로 추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경영자로서는 잡스보다 한 수 위’, ‘논리 정연한 인물’, ‘애플의 과제를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인물’로 평가한다.

이는 하루 아침에 생긴 능력이 아니다. 그는 고향 앨라배마의 작은 농촌인 로버츠데일에서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로 통한다. 지금도 옥수수 감자 딸기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로버츠데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의 CEO를 배출하기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애플 담당 기자인 케인 이와타니 유카리 씨는 저서 ‘침몰해가는 제국’에서 팀 쿡은 고교 시절부터 성공을 목표로 매진했으며, 문제 해결 능력도 탁월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두뇌가 특출나게 명석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털털하고 재미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의문스럽게도 그는 도회지로 나간 후 한 번도 고향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옛 선생님이나 한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약국 직원도 TV에서만 그의 근황을 접할 뿐. 부모도 공식적인 자리에는 두문불출, 팀 쿡은 고향에서도 여전히 수수께끼의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의 산물이다. 그는 작년 10월30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했다. 자신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최초의 포춘500대 기업의 CEO로 기록됐다.

팀 쿡의 애플에 대해선 장밋빛 전망만 쏟아지고 있다. 브라이언 화이트 캔터피츠제럴드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강력한 아이폰 사이클과 함께 오는 4월 출시되는 애플워치의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벤 라이츠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환상’적 잉여현금흐름이 주가를 150달러까지 떠받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의 대가인 칼 아이칸은 애플이 자사주 대량 매입을 재추진한다면 애플의 주가가 203달러까지 올라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팀 쿡은 조선소 근로자였던 아버지와 전업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번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듀크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인텔리전스 일렉트로닉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시작으로 IBM의 PC 사업 북미 이사로 12년을 보내고 컴팩의 부사장직을 6개월 역임한 후 1998년에 애플에 입사했다. 이후 그는 경영 면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잡스의 남자’로 낙점됐다. 2005년 10월 14일 애플의 COO에 취임,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병가를 낸 잡스의 업무를 대행, 2011년 8월 24일 잡스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그의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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