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어머니와 기다림

입력 2015-01-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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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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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한 번 애타게 사람을 기다려 봐야지 기다리는 사람의 그 안타까운 마음을 아는 거지요.” 퇴근이 보통 늦은 편인데 어쩌다 아내가 집을 비울 때 혼자 기다리면서 왜 안 오냐 뭔 일이 있나 싶어 연신 전화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한 번씩 아내에게 우스개 소리로 듣는 말입니다. 이런 소소한 작은 기다림도 사람을 조바심나게 하는데 기약 없는 긴 기다림는 어떨까 싶네요.

20대 학창시절 눈이 오는 새해였습니다. 서울에서 어머니가 계신 대구로 가는 길이 미끄럽고 막혀서 10시간 이상이나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42세에 저를 낳으신 나이 드신 어머니는 대문 앞과 집안을 환히 밝혀놓고 뜬눈으로 막내 아들 오기만을 밤새 기다리셨습니다.

새삼 돌아보니 학업이다 취업이다 결혼이다 해서 스무 살부터 어머니 곁을 떠난 막내 아들을 어머니는 늘 기다리셨습니다. 고향집에 아들이 썼던 방, 수저, 밥공기와 아들이 학교에서 받아 온 상장과 사진들이 아들을 대신하여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로할 뿐이었습니다.

그 어머니의 어머니도 딸을 기다렸습니다. 아들 없이 딸만 셋을 둔 외할머니는 대처로 나간 맏딸이 오기만을 늘 기다렸습니다. 합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외할머니를 찾아가면 오후에나 도착하는 버스정류장에서 오전부터 굽어진 허리를 하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든든한 딸을 기다리셨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이렇게 자식들을 멀리서 기다리면서 한 평생을 사시는 거네요.

스물, 열아홉 된 딸과 아들이 있습니다. 이제껏 저는 특별히 아이들을 기다려 본 적이 없는데 저도 아이들이 커가 면 어머니가 기다리셨던 것처럼 자식들을 기다릴 날이 있겠네요. 허나 그 어머니의 간절한 기다림에 어찌 비하겠습니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지 9년째가 되며 곧 기일이 돌아옵니다. 막내가 이승에서 슬피 우는 소리는 저승에서도 들린다고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행여 저승에서 막내 아들 우는 소리에 슬퍼하실까 싶어 오늘도 그냥 하늘만 멀리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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