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금융사기]‘그놈 목소리’ 없이 슬쩍… 보안 사각 놓인 텔레뱅킹

입력 2015-01-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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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사기 1년새 5배 급증 지난해 피해액 75억 넘어대포통장 시중에 2억개 7분마다 1개꼴로 생겨나전화메신저 접촉없이도 예금증발 ‘텔레뱅킹’ 공포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간 카드사들은 정보보안 시스템을 재정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금융당국도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금융사기 방지대책 등 여러 대안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정보유출 사고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금융사기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1억원 이상 거액 금융사기는 1년 새 5배가량 급증하는 등 피해가 되레 늘어 금융사기가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금융사기 악용되는 대포통장 증가세 = 개인정보 불법 거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사기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가운데 거액의 금융사기는 물론 대포통장 역시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사기 피해금액은 2012년 1515억원에서 2013년 2241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10월 기준으로는 2403억원까지 늘었다. 금감원에 신고되지 않은 금융사기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피해액은 2012년 910만원에서 2013년 740만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10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피싱, 스미싱, 파밍, 메모리 해킹 등에 따른 1억원 이상의 거액 금융사기는 1년 새 5배나 급증했다. 2013년 1~10월 동안 거액 금융사기 건수는 11건이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 52건으로 크게 늘었다.

피해액도 2013년 1~10월 15억원에서 작년 같은 기간 75억원으로 급증했다. 거액 금융사기의 건당 평균 피해금액은 1억4000만원이었다.

금융사기의 핵심 범죄 수단인 대포통장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포통장 사기는 2012년 3만3496건, 2013년 3만8437건에서 지난해 4만4075건으로 늘었다.

대포통장은 사기범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타인 명의로 소유한 자유입출금통장이다.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수차례 대포통장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4곳의 대포통장 수만 2억개에 달하는 등 대포통장이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 원인 모르는 텔레뱅킹 불안 증폭 =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금융사기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은행들도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특히 명의도용 대출사기, 가짜 홈페이지, 가짜 뱅킹앱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고객들에게 우리은행 명칭을 도용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우리은행은 “은행의 명칭을 도용해 영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므로 우리은행을 오인해 거래함으로써 신용등급 하락, 불법수수료 편취, 대출사기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며“불법 영업사실을 발견 시에는 신속히 은행에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뿐 아니라 지난해 연말부터 시중은행들은 각종 사기 피해를 경고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2월 30일 스마트폰을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후 정상적인 앱을 구동할 때 가짜 앱 설치와 금융정보 갈취를 유도하는 사례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외환은행은 앞서 12월 17일에도 사용자 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후 전자금융사기를 유도하는 메모리 해킹을 경고한 바 있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해 메모리 해킹 악성코드 공격을 경고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농협에서 텔레뱅킹과 관련된 금융사기로 고객의 돈이 빠져나간 사례가 알려져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인터넷 해킹을 통한 계좌이체 혹은 스미싱, 파밍 등 인터넷뱅킹을 통한 피해가 많았다. 최근엔 텔레뱅킹 사기로 넘어오는 형국이다. 현재 텔레뱅킹 이용자 수는 1000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텔레뱅킹 무단 예금인출 사건이 이전과는 달라 원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텔레뱅킹 사건은 그간 국가정보기관, 검찰 등을 사칭해 보안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하는 보이스피싱이 대다수였다. 피해자들은 일단 전화를 받은 후 텔레뱅킹을 통해 직접 본인이 송금함으로써 피해를 입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건에서는 피해자들이 전화, 메신저 등으로 누구와 접촉한 사실이 없거나 개인정보, 비밀번호 등을 따로 인터넷이나 전화기에 입력하지 않았다는 차이점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악성코드 유포와 명의도용 등으로 올해에도 각종 금융사기가 확산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막기 위해 백신 프로그램 사용을 생활화하는 등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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