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이 멀리 있는 건 아니다 [오예린의 어퍼컷]

입력 2015-01-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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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CJ E&M

“식당에서 아줌마에게 반말하고, 마트 캐셔를 함부로 대하고, 택배기사 무시하고, 다들 그렇게 살지마라. 조현아가 바로 너희들이다.” 조현아 기사에 달렸던 한 네티즌의 댓글이다. 최근 경기 부천의 한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모녀 고객이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리고 폭언과 함께 뺨을 때렸다는 내용과 사진이 SNS를 통해 전해졌다. 일상에 뿌리 깊게 박힌 갑 의식이 비단 재벌들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문제라는 것을 또 다시 적시해준 사건이었다.

때리고 폭언 하는 것만이 갑질이 아니다. 버스 기사에게, 텔레마케터에게, 경비아저씨에게, 알바생들에게, 택배 기사에게 우리가 은연 중에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행동들이 갑질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극한직업 특집에서 정준하가 감정노동을 하는 텔레마케터를 경험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갑의식이 드러났다. 특히 텔레마케터들은 얼굴을 보지 않은 채 통화를 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갑중의 갑으로 변신한 고객들은 텔레마케터 응대에 싸늘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거나 심지어 짜증을 내거나 말하는 도중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했다. 수많은 고객 중 정준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고객은 한 사람 뿐이었다. 택배 상하차 일을 경험한 하하도 “집에서 (택배를) 시키기만 할 때는 몰랐다”며 택배 상·하차 근무를 하는 이들의 고충을 이해했다. 이어 “택배는 4일 늦게 와도 되는 거였다”며 며 그동안 택배 기사를 재촉했던 일들을 반성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 한 코너 ‘갑과 을’을 보면 갑이었던 이가 을이 되고, 당하던 을이 갑이 되는 상황의 반전을 다룬다. 해당 코너 역시 우리 사회 속 갑의식에 대한 부끄러운 민낯을 희화화 시키고 있다. 이처럼 갑과 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환경과 상황에 따라 갑이 되고 을이 될 수 있다. 세상에 영원한 갑은 없다. 돌고 돌아가는 세상 속 지금의 을은 바로 내일의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조현아에게 분노를 터뜨리고 있지만 우리도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갑질이 멀리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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