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결혼이나 잘하려던 여행원, ‘일욕심’ 하나로 ‘수협의 전설’로

입력 2014-12-30 10:15 수정 2015-06-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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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

수협중앙회 6층 사무실에서 만난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이 내놓은 차(茶)는 남달랐다. 정확히 표현하면 찻잔이 그랬다. 장미가 그려진 찻잔이었다. 찻잔은 찾아온 고객과의 첫 만남을 이어주는 의미 있는 꽃이 된다고 설명한 강 부행장은 “여성의 장점 중에는 섬세함이 포함된다”며 “작은 부분까지도 소홀함 없이 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이 17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수협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장세영 기자)

◇기회는 준비된 두뇌만 편애 = 열아홉 살. 수협은행에 행원으로 들어갔을 때 강 부행장이 맡은 일은 주로 차(茶) 준비, 잔심부름, 공과금 업무, 출납 등이었다. 그는 “남자직원은 서무보조 업무부터 시작했지만, 여직원은 의례 차 준비부터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강 부행장은 당시 여행원들은 대출·서무·당좌 등 주요 업무를 맡을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못했다고 했다. 그는 “여직원으로서 전문성을 키우기보다 좋은 남자 만나 결혼 잘하는 것이 취직 이유였다”며 “여자 선배들도 옆에서 보면 ‘백마 탄 왕자님이 언제 나타날까’ 기다리며 준비된 신부가 될 거라고 말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그가 바뀐 것은 대고객 예금 업무를 맡으면서다. 그는 “차츰 중요한 일을 하다 보니, 최고가 되고 싶다는 열정도 자연스레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해야 기회가 찾아온다는 생각에 여신·당좌 업무를 혼자서 독파했다”고 덧붙였다.

폐기된 서류로 혼자 대출업무를 공부하고 제규정에 관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렀다. ‘걸어다니는 규정집’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강 부행장은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제규정 책을 어딜 가든 손에 쥐고 있었고 늘 메모지에 적어 가며 외웠다”며 “카탈로그 상품에 대해 철저하게 암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 업무를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열정까지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때 그가 정한 좌우명은 ‘기회는 준비된 두뇌만 편애한다’였다. 강 부행장은 “한때 남자로 태어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며 “쉽게 오지 않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매 순간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수협의 전설’ 지점장 시절 = 어느덧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한 강 부행장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은 지점장 시절이었다. 2001년 폐점 직전의 서울 송파구 오금동 지점을 맡아 기반이 탄탄한 영업점의 초석을 다졌다. 그는 “처음 갔을 때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그런 점들이 압박이 됐지만 이겨내려고 더 열심해 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2004년 서초동 지점장 시절까지 약 4년간 15분기 연속 분기 업적평가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2005년에는 수협은행 최연소 개인고객 부장이 됐다.

강 부행장은 2000년 제2건국추진위원회 신지식 금융인으로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마케팅팀을 이끌며 ‘나누리 예금’을 출시해 금융소비자품질인증우수상품으로 선정됐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이 자리한다. 강 부행장은 열정도 많고 적극적이며 추진력이 강한 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강한 집중력과 인내력의 소유자다. 그는 “학창시절 웅변과 다양한 단체활동을 통해 자신감이 다져졌다”고 했다.

현재 그가 맡은 직책은 마케팅 부행장으로 마케팅총괄본부, 마케팅부, 수신(예금)상품 개발, 고객관리(CRM), 채널전략, 스마트금융, 외환사업(비이자), 방카슈랑스, 펀드, 신용카드사업 등을 관장한다. 강 부행장은 “돈 버는 일은 다 한다”며 웃었다.

그는 “연탄과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며 “스스로 불타 올라야 조직원들도 따른다”고 솔선수범이 직원들의 동기 부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전 국민의 은행이 꿈 = 지방 출신인 강 부행장에게 어릴 적 은행에서 일하는 예쁜 여성은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는 “나도 저런 여자들처럼 전문적인 일을 하는 여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주판을 움직이는 모습을 그리며 보고 입사해 큰 소원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강 부행장은 “안정적인 가정생활과 부행장의 자리까지 오른 만큼 수협은행에 고마움이 크다”며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묻자 강 부행장은 “당면 과제인 사업구조 개편이 첫 번째 목표”라는 답했다. 수협은행에서 35년간 일한 강 부행장은 앞으로 수협은행이 중앙회로부터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수협은행은 2016년 12월 1일부터 바젤III를 적용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강 부행장은 “사업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자본력이 강화돼 대외 경쟁력과 고객 신뢰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 예산지원 및 부처 간 의견 조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 쉽지만은 않다”면서 “개편을 마치면 해양수산 대표 은행을 넘어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은행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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