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미생’, 이 죽일 놈의 극한 세상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12-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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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극한 알바'(MBC)

“그동안 편하게 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라는 방송인 하하의 말에 “원래 사람들이 남 일은 잘 몰라요. 아직도 힘든 일 하는 사람이 많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6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다. ‘극한 알바’라는 타이틀 아래 멤버들은 사회 곳곳의 ‘극한’ 직업을 직접 체험했다. 하하는 택배 물류창고에서 수천 개의 택배를 싣고 내렸다. 유재석은 배우 차승원과 함께 지하 1050m 탄광에 들어가 석탄을 캤다. 박명수는 63빌딩 외벽에 올라 아찔한 유리창 닦기를 경험했고, 정준하는 천태만상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텔레마케터로 변신했다. 정형돈은 굴 10kg 채취로 단순노동의 고충을 느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직종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깨우치고, 그 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잠시나마 대신 경험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 이기적이지 않으면 손해 보는 험난한 세상에서 ‘나의 불편함’이 아닌 ‘남의 불편함’을 돌아볼 기회였다.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선진 사회 시스템 구축에 한 축이 되어 나의 편리함으로 돌아온다는 사회 이치는 먹고 살기에 바빠 외면되기 일쑤였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표방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도전은 지금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만 죽도록 힘든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일깨워준다.

▲'미생' 변요한(tvN)

“좀 더 정치적으로 살아야 했나. 후회가 밀려와 잠을 못 자겠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흔한 직장인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담았다는 호평과 함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tvN 드라마 ‘미생’ 16회분의 한 대사다. 오상식(이성민) 차장에게 전하는 선배의 충고는 두 사람이 기울인 쓰디쓴 소주의 맛과 함께 뇌리에 꽂힌다. 회사를 퇴직하고 제2의 장밋빛 인생을 꿈꿨지만, 현실은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이다.

시련에 부딪히는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안영이(강소라), 한석율(변요한)의 모습은 비열하고 더러운 사회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능력이 있지만, 학력 때문에,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괄시당하고 무시당하는 사회 편견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모든 것이 완벽해도 상사의 시기, 질투로 허드렛일이나 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똑똑한 후배를 누르기 위해 황당한 모함이 난무하고, 오해와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을 잃어가고 피폐해진다. 이것이 ‘미생’에 담긴 회사, 즉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무한도전’과 ‘미생’에 담긴 삶은 참 치열하다. 일개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가 현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짜인 각본, 픽션 아래 웃음과 감동을 책임졌던 예능과 드라마가 이제 ‘현실’을 다루며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극한 알바’ 해외 편을 준비하는 등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예능의 본질인 웃음도, 멤버들의 휴식시간도 뒷전이다. 이는 시청자의 욕구와 직결된다. 지금 처한 우리의 현실이 너무 치열하고 힘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웃기보다 힐링을 원한다. 혹자는 ‘미생’ 열풍에 “하루 종일 회사에서 치이고 와서 TV에서까지 회사 갈등 구조를 보고 싶나?”라고 말한다. 키워드는 공감이다. 지금의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힘이 간절하다. 그것은 웃음도 감동도 아닌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시간에 있다. 데이비드 호우의 ‘공감의 힘’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은 자신을 공감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고,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 고통에 빠진다. 힐링은 공감을 찾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이 점이 ‘무한도전’과 ‘미생’에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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