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ㆍ이영표 레전드급 세레모니…스포츠 세레모니는 진화 중

입력 2014-12-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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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한 선수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그는 공을 주워 자신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한 주장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주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공을 건넸다. 지난해 10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최종전 콜로라도 라피즈와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경기 장면이다. 골을 넣은 카밀로 산베조(26ㆍ브라질)는 주장의 은퇴 경기를 아쉬워하며 이 같은 세레모니를 선사했다.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축구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당시 밴쿠버의 주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 이영표(37)다.

이처럼 스포츠 현장에서의 세레모니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관중의 눈높이와 함께 진화해왔다. 단순히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고 포효하는 세레모니를 넘어 모두가 공감하고 감동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세레모니가 크게 늘었다.

지난 2012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는 팀2002의 박지성이 득점 후 2002년 한ㆍ일 월드컵 사령탑이자 스승인 거스 히딩크(69)에게 달려가 10년 전 포르투갈 전에서의 감동 포옹을 재현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세레모니는 선수와 팬이 교감하는 시간이다. 일종의 팬서비스인데 팬이 있기 때문에 세레모니도 진화한다. 때로는 사회상이나 이슈를 반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하트 세레모니와 키스 세레모니가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에서 첫 골을 기록한 네이마르(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앙헬 디마리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케빈 데 브루잉(볼프스부르크) 등은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로맨틱 세레모니를 연출했고, 마리오 발로텔리(리버풀), 아르옌 로벤(바이에른 뮌헨), 하메스 로드리게스(레알 마드리드) 등은 키스 세레모니로 ‘팬심’을 사로잡았다.

세레모니가 특정 선수의 전매특허가 되기도 한다. 우사인 볼트(28)는 번개 세레머니, 브라질월드컵에서 16호골을 기록하며 최다골 보유자가 된 클로제(36)는 공중제비 세레모니, 히딩크는 어퍼컷 세레모니, 박주영(29)은 기도 세레모니, 테임즈와 김태군(이상 NC 다이노스)은 턱수염 세레모니로 시즌 내내 주목받았다.

그러나 스포츠 현장에서의 세레모니가 늘 웃음과 감동만을 안겼던 것은 아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남자 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는 시상대에 올라 성조기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한쪽 주먹을 치켜들며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올림픽에서 정치적 활동을 금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50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육상계에서 영구 제명을 당하며 불운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박종우(25·광저우)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ㆍ4위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 후 독도 세레모니를 펼치다 메달수여식 불참 통보와 함께 정치적 성향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한때 동메달 박탈 위기까지 몰렸던 이 사건은 무려 6개월간의 긴 논란 끝 동메달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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