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엉뚱한 곳에서 손 벌리는 국민연금

입력 2014-11-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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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자본시장부 차장

국민연금이 기금을 늘리기 위해 투자한 기업은 710곳이 넘는다. 이 가운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도 280개에 이른다. 주요 대기업의 경우 회장님 보유 지분보다 국민연금 지분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국민연금을 일컬어 ‘또 하나의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막대한 보유지분을 앞세워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도 하나의 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정당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해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기업을 대상으로 배당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기금의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안에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기금의 배당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연기금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주총 자리를 지켰던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국민에게 넉넉한 연금을 되돌려주기 위해서 부지런히 기금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대체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익을 늘려 국민에게 넉넉한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방법에 우려는 존재한다. 국민연금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이 지극히 보수적”이라며 목소리를 키운다.

맞는 말이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배당성향은 글로벌 시장에서 낮은 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수익률은 1.02% 수준. 배당성향 역시 17%로 선진국 평균인 43%, 신흥국 평균인 32%에 한참 못 미친다.

최근 정부가 앞장서서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상장사들도 배당을 늘리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이같은 요구가 무리라고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지금에 와서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모습은 뭔가 어색하다. 정부 방침에 화답이라도 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부실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국민연금이 최근 4년 동안 수급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새어나간 돈이 480억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엉뚱하게 연금을 지급해놓고 부랴부랴 환수작업에 나선 경우도 많다. 아직 환수하지 못한 금액도 수십억원에 이른다.

연금 가입자로부터 더 걷어간 돈도 620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에게 거둬들인 연금을 크게 부풀려 다시 되돌려준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배당확대를 시작으로 증시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전, 수급관리를 포함한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먼저 개선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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