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교양국 해체, 두고 볼 수 없는 이유 [이꽃들의 36.5℃]

입력 2014-11-0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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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JTBC '히든싱어3'에서 MBC '휴먼다큐-너는 내 운명'과 관련된 이승환의 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의 탄생 배경이 새삼 드러났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25일 JTBC ‘히든싱어3’는 이승환 편을 꾸민 가운데, 마지막 라운드에선 그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가 시청자의 귀를 적셨다. 방송된 지 2주가 지난 것은 물론, 발매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2일 기준 각종 음원 사이트에는 해당 곡이 상위권을 기록하며 새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더군다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곡의 탄생 배경에는 MBC ‘휴먼다큐 사랑-너는 내 운명’을 본 이승환과 그 사연이 새삼 전파를 타 감동을 배가시켰다.

‘휴먼다큐 사랑-너는 내 운명’ 연출자인 유해진 PD는 지난달 27일 “2006년 5월, ‘휴먼다큐 사랑’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 내가 연출했던 ‘너는 내 운명’ 편을 이승환이 보고서 만들었다던 곡이었다…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누군가의 마음, 생각, 삶을 만져주고 온기를 전해주고 예술적 영감을 전해준다는 사실에 내 하는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각오를 새삼 다졌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밝혔다. 일상과 현실, 인물과 사회를 밀접하게 꿰뚫며 오롯하게 담아내는 시사 교양프로그램의 영향과 순기능이 드러난 장면이다.

한편 이승환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와 관련해 “MBC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와 같은 명곡(?)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한 교양국을 해체했다…착하게, 정의롭게 살고자 한 사람들이 먼저 떠나는 게 원통하고 분해서 한 마디 남겨 본다”고 토로했다.

MBC 시사교양국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최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MBC 대표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시선집중’의 위상이 현격히 떨어졌다. 손석희 앵커가 떠난 지난해 5월 이래 MBC 표준FM ‘시선집중’의 청취율은 급락했다. 광고 매출은 37억원이 격감했다. 대중의 신망을 받는 한 언론인의 거취가 좌우하는 영향력과 이를 통해 벌어들인 시사교양 프로의 수익성을 표출하는 대목이다.

대내적 고충이 시사되던 MBC 시사교양국이 이제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됐다. MBC는 1일 조직개편을 통해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을 파헤치며 최근 개봉된 영화 ‘제보자’의 모델이 된 한학수 PD를 비롯해 조능희, 이근행 PD 등 톡톡한 파급력을 자랑해온 ‘PD수첩’ 출신의 인사 등을 비제작부서로 인사발령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교양제작국은 콘텐츠 제작국, 예능1국 산하 제작4부로 뿔뿔이 흩어졌다. 즉 교양제작국의 전격 해체 선언이었다.

▲2005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사건을 폭로한 제보자와 이를 보도한 MBC ‘PD수첩’의 실화를 밑바탕으로 한 영화 ‘제보자’.(사진=뉴시스)

손석희 앵커의 ‘시선집중’과 마찬가지로, 이들 PD와 ‘PD수첩’은 그 자체로 시청자에게 브랜드였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증명한 신뢰의 표상이다. 해당 프로그램들과 교양제작국에 독립성이 보장돼온 덕택이며 이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교양제작국에 칼질이 단행됐다.

왜일까. MBC 사측은 그 배경으로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조직 개편’을 내세웠다. 사실 콘텐츠의 수익성은 실력 있는 언론인과 이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가치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그 역량을 갖춘 인사들은 비제작 부서인 사업부, 또는 외주 제작물을 관리하는 부서로 이관된다는 결정이다.

뿐만 아니라, MBC는 “본사가 취약한 장르인 인포테인먼트 개발을 위해 예능 1국에 제작 4부를 신설해 유익한 교양과 재미의 예능의 복합된 프로그램 개발과 제작을 담당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한 장르의 흥행세가 미미하다는 내부 판단이 섰다면, 독자적으로 이를 강화할 방침을 세우는 것이 정석이다. 그럼에도 시사교양이란 정통한 장르를 흐트려놓는 결론이 등장했다.

MBC 출신으로 시청자의 오랜 성원을 구가해온 손석희 앵커이자 보도부문 사장은 최근 JTBC 보도 프로그램 ‘뉴스룸’을 개편하며 코너 횟수와 분량을 늘리는 등 탐사보도 분야의 강화를 공고히 했다. 뿐만 아니라, 손석희 앵커는 개편에 따른 기자간담회에서 “정통 저널리즘을 추구한다”고 변함없는 방향성을 밝히며 시청자가 보내온 두터운 신뢰의 근거를 증명했다. 그리고 승승장구한다.

본질을 외면한 MBC의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에 의구심이 고개를 내민다. 시청자와 신뢰를 쌓아온 프로그램과 주역을 뿌리 채 흔들고 옭아매는 처사에 보편타당한 반발 여론 역시 감지된다. 언론사를 자임하는 주체의 합당한 논리 대신 작위가 풍겨진 뻔뻔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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