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얼굴로 그리는 대서사시 [리뷰]

입력 2013-09-0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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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사진 = 쇼박스)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이다.” -‘관상’ 내경(송강호)의 대사.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의 생이건만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 제작 주피터필름, 배급 쇼박스)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파악해 낸다. 참 흥미롭다. 점이란 것이 원래 그렇다. 첨단 기기들이 현대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이 시대에도 우리는 점을 보고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고, 그만큼 궁금하기 때문이다.

‘관상’은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등 캐스팅 라인에서 누구 하나 소홀히 할 배우가 없었으며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로 매력을 발산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었던 것은 ‘관상’이란 타이틀과 사극 특유의 설정이었다. 검증된 배우들과 감독에 흥미로운 소재와 배경이 덧입혀지며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불리기 충분했다.

영화는 한양 최고의 기생 연홍(김혜수)으로부터 시작된다. 연홍은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송강호)을 찾아 시골에 위치한 허름한 집을 찾아온다. 연홍의 등장은 잔잔했던 내경의 인생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내경은 연홍을 만나며 잊고 있던 야망을 되살렸고, 유일하게 잘 할 수 있었던 관상을 이용해 돈을 벌기로 작심한다.

송강호는 닭을 잡아먹으며 처남 팽헌(조정석), 아들 진형(이종석)과 유유자적 사는 것이 낙이었던 내경과 상경 후 어리바리하고 순진하지만 자신감 있게 세상에 도전하는 내경, 역모를 막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지고 아들에 대한 부성애에 울부짖는 내경의 모습을 특유의 자연스런 연기로 소화했다. 일개 관상가가 왕을 알현하고 그의 신임을 얻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게 비춰지기도 하지만 송강호의 연기력만큼은 거부감이 없다.

▲영화 '관상'(사진 = 쇼박스)

내경이 살았던 시대는 계유정난의 시대였다. 문종이 죽고 어린 단종(채상우)이 왕위에 오른 때, 수양대군(이정재)은 권력에 눈이 멀어 김종서(백윤식) 장군을 죽이고 스스로 왕을 선언한다. 영화는 한양에 간 관상가 내경의 눈을 통해 혼란의 시대상과 각각의 인물들을 사실감 있게 표현해낸다.

한재림 감독은 내경의 동선을 통해 공간감과 색채를 변화시키며 몰입도를 높였다. 내경이 궁에 들어가기 전에는 영화의 색감을 절제시키고, 반대로 입궁한 이후부터는 궁의 화려함과 거대한 스케일이 주는 위압감을 통해 내경의 심리를 대변하고자 했다. 4개월에 걸친 전국 방방곡곡 로케이션 헌팅, 세트 작업, CG, 느와르톤의 라이팅과 촬영기법은 실감나는 조선시대의 풍경을 만들어 내며 사실감을 높였다.

영화의 기승전결을 끌고 가는 송강호의 힘 사이사이에 위치한 인물들의 존재감도 압권이다. 조정석은 ‘건축학개론’ 납득이를 또 다시 연상시키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영화에 웃음 코드를 가미해준다. 김혜수는 방관자적 인물에도 불구하고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캐릭터와 일체되며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정재와 백윤식의 카리스마 대결은 이리와 호랑이의 대결로 형상화되며 볼거리를 준다.

‘관상’의 극 전개는 인물이 가진 관상대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내경은 전지전능하다. 관아에서 잡지 못한 살인자도, 순박한 외모 뒤에 백성의 재산을 숨겨놓은 탐관오리도 그 앞에 얼굴만 드러내면 영락없이 죄상이 드러난다. 역모의 상을 가진 수양대군 역시 얼굴을 보자마자 치를 떨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는 관상이란 미신에 약간의 신뢰를 불어넣어준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앞에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결말이 각각의 관상과 맞아 떨어질지 올 가을 관객들은 배우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할 것이다.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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