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물의(物議)

입력 2018-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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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뉴스를 시청하다 보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부정행위를 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을 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사회가 온통 물의투성이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물의는 ‘物議’라고 쓰며 각 글자는 ‘물건 물’, ‘의논할 의’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물건이 의논됨’이라는 뜻이다. 즉 어떤 사물의 상태나 일의 상황이 조용하지 않고 논의거리가 되어 시끄러운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여 어떤 사람 또는 단체의 처사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상태”가 곧 物議인 것이다.

“범물부득기평즉명(凡物不得其平則鳴 凡:무릇 범, 得:얻을 득, 則:곧 즉, 鳴:울릴 명)”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그 평정을 잃으면 울리게 된다”는 뜻이다. 당나라 때의 문호로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한유(韓愈)가 그의 친구 맹동야(孟東野:본성명은 孟郊)의 시집 서문에 쓴 말이다. 한유가 시에 대한 얘기 도중에 이 말을 한 까닭은 세상의 모든 물건은 그 평형을 잃으면 울려서 소리를 내듯이 시인도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 마음이 울리면 시가 나오게 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정지된 물건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물건 자체의 평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힘을 받으면 정지됨의 평형이 깨지면서 소리를 낸다. 북도 두드리면 소리가 나고, 종도 치면 소리를 내며, 책상도 ‘탁’ 하고 치면 ‘윽’ 하고 죽을 정도로 소리를 낸다.

암흑에 싸여 정체된 사회는 物議가 일어나지 않는다. 물의는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 폐단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물의가 일고, 새로운 잘못이 발생함으로써 또 물의가 일기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물의가 일어나지 않고 건강한 공명(共鳴)과 공감이 물결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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