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코스피 2500시대를 바라보며

입력 2017-10-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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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지수가 장중 2500선을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연초 2026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23일 2490포인트로 올해에만 22.9% 상승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기간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의 두 배를 넘어섰고, 개인투자자의 선호도가 높은 SK하이닉스는 4만4700원에서 8만4900원으로 89.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주식 시장의 지속적인 상승은 매우 기쁜 일이지만, 상승 기류에 합류하지 못한 투자자를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 영등포지점장으로 근무하던 2015년, 지점 VIP 손님들의 자산 규모와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던 중 유독 많은 종류의 주식과 펀드를 보유한 분이 눈에 띄었다. 73세의 여성이었는데, 보유 자산의 90% 이상을 주식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종목을 2011년 고점에서 매수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 종목이 대부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주가 등락에 따라 변하는 잔고처럼 손님의 기분도 고기압과 저기압을 반복했다. 손실이 확정된다는 우려 때문인지 자산의 리밸런싱(재조정)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설득과 권고로 위험자산인 주식 자산의 비중은 줄이고, 채권을 비롯한 안정 자산을 늘렸다. 이와 함께 주식 매매를 통해 얻는 캐피털게인(capital gain·자본 이득)을 축소하는 대신 안정적인 인컴게인(income gain·이자 및 배당 이득)의 비중을 늘렸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개별 주식을 안정성이 높은 채권형 펀드로 대체했고, 주식형 펀드를 비롯한 주식 관련 금융상품은 매월 배당이 나오는 부동산 펀드로 바꿔 정기적으로 현금 수입을 얻을 수 있게끔 했다. 주식에 대한 미련은 삼성전자 한 종목만 보유하고, 매월 발생하는 현금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후 필자가 작년 4월 본사 마케팅실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이 손님의 포트폴리오는 큰 변화 없이 안정적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어느 날 영등포지점 직원과 대화 중 그 손님이 주식으로 단기간에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트럼프 이슈로 지수가 곤두박질쳤던 시기인 만큼, 어떤 종목으로 수익을 냈는지 궁금해 매매 내역을 살펴봤다. 매매 대상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OSPI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였다.

때아닌 급락장에 단기간에 큰 수익을 본 그 손님은 계속 인버스 ETF 단기매매에 나섰다. 몇 번의 수익은 자신이 보유한 전체 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한 삼성전자까지 인버스 ETF로 교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주가 상승으로 예측이 빗나가며 손실이 발생하자 채권형 펀드를 비롯한 안정 자산까지 모조리 인버스 ETF로 바꾸었다. 증권업계의 속된 말로 ‘물타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후 다시 지수가 반등하면서 손님은 큰 손실을 안고 투자 자산의 대부분을 정리했다. 지금은 일부만 개별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 포트폴리오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하락을 예상하고 인버스 포지션을 고수한 투자자는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지수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와 정보·통신(IT)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은 투자자들 역시 큰 성과를 얻진 못했을 것이다. 투자자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시장의 방향성을 예상해 오름직한 종목에 베팅하지만, 시장 방향성은 투자자의 예측과 다를 수 있다.

처음 생각대로 지조 있는 투자도 좋지만, 시장의 흐름이 변하는 시점에서는 장의 흐름을 따르는 게 현명한 투자 방법일 수 있다. “떨어지는 칼날을 손으로 받지 말라”는 주식시장의 오랜 격언이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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