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탈북자의 일그러진 초상

입력 2017-08-03 10: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대중문화 평론가

북한군 복장에 ‘포 사령부 선전대 임지현’이라고 쓰인 명찰을 단 임지현과 치마 저고리 차림에 김일성, 김정일이 새겨진 배지를 찬 전혜성. 임지현은 종합편성 채널 TV조선 ‘모란봉 클럽’ 등에 출연해 북한은 굶주림과 공포의 지옥이라 비난했고, 전혜성은 북한 선전 매체 ‘우리 민족끼리’에 나와 남조선에선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 비방했다.

남·북한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임지현과 전혜성은 동일인이다. 2011년 탈북한 뒤 중국에 머물다 2014년 입국해 임지현이라는 예명으로 종편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북한을 비난하다 최근 재입북해 전혜성이라는 본명으로 ‘우리 민족끼리’에 나와 남한 비방에 열을 올렸다.

임지현의 재입북 사건에 대한 미디어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상당수 미디어나 사람들은 한 여성이 남한의 임지현, 북한의 전혜성이라는 양극단의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 규명에는 관심이 없다. 스물여섯 살의 한 여성이 임지현과 전혜성이라는 기표(記標)로 남·북한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기의(記意)를 발산하는 분단 냉전체제에 대한 성찰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온갖 추측과 각종 설을 동원해 임지현에 대해 선정적 비난을 쏟아내고 재입북 사건을 개인적 문제로 귀결시킬 뿐이다.

하지만 임지현의 재입북 사건의 파문은 엄청나다.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비난과 냉소, 혐오 증폭이라는 후폭풍을 초래했다. 또한,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통로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 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종편을 비롯한 미디어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표출시켰다.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미디어의 재현(再現·Representation) 양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대북 정책, 정치적 분위기, 경제적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 하지만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미디어의 지배적 서사와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이 주조를 이룬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잘살아 보세’, TV조선 ‘모란봉 클럽’ ‘애정 통일 남남북녀’ 등은 탈북자를 전면에 내세워 폭압적이며 미개한 북한과 자유롭고 선진적인 남한이라는 냉전적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미디어가 탈북자를 반공, 반북 프레임을 심화하고 남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을 증언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디어는 또한 탈북자를 가난하고 불쌍한 동정의 대상, 사회 부적응자, 체제 위협자로 대상화한다. 더 나아가 ‘꽃미녀’ ‘기쁨조’로 표상(表象)되는 북한과 외국에서의 성적 희생자 이미지를 극대화해 탈북 여성에 대한 자극적인 성 상품화를 시도하는가 하면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한 인물로 타자화한다. 그뿐만 아니라 탈북자를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극우 보수 주체의 아이콘으로 주변화한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현선 교수가 7월 6일 열린 심포지엄 ‘탈북민 3만 명 시대, 방송을 말한다’에서 비판했듯 심지어 일부 방송은 북한에서 무직과 노동자로 살아온 일부 탈북 출연자의 경력을 부풀려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거짓과 왜곡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해 ‘잔혹한 북한’과 ‘불쌍한 탈북자’에 대한 서사와 이미지를 지배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만들어내는 탈북민 관련 방송을 보면 기가 막힌다. 평양에서 살지 않았던 사람이 방송에서는 마치 평양을 전부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며 본다.” 탈북 웹툰 작가 최성국 씨의 말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까지 했을까.

그런데 오늘도 방송에선 임지현이 했던 것처럼 “북한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생지옥” “북한 여군은 살인 무기” “탈북하다 인신매매당했다” 등의 탈북자 증언(?)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범죄도시4’ 이번에도 싹 쓸어버릴까?…범죄도시 역대 시리즈 정리 [인포그래픽]
  • 직장 상사·후배와의 점심, 누가 계산 해야 할까? [그래픽뉴스]
  • 동네 빵집의 기적?…"성심당은 사랑입니다" [이슈크래커]
  • 망고빙수=10만 원…호텔 망빙 가격 또 올랐다
  • ‘눈물의 여왕’ 속 등장한 세포치료제, 고형암 환자 치료에도 희망될까
  • “임영웅 콘서트 VIP 연석 잡은 썰 푼다” 효녀 박보영의 생생 후기
  • 꽁냥이 챌린지 열풍…“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 올림픽 목표 금메달 10개→7개 →5개…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800,000
    • +1.15%
    • 이더리움
    • 4,488,000
    • -0.02%
    • 비트코인 캐시
    • 700,500
    • -0.85%
    • 리플
    • 735
    • -0.27%
    • 솔라나
    • 211,800
    • +4.28%
    • 에이다
    • 685
    • +3.47%
    • 이오스
    • 1,142
    • +3.91%
    • 트론
    • 161
    • +0%
    • 스텔라루멘
    • 163
    • +1.2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100
    • -1.64%
    • 체인링크
    • 20,240
    • +1.05%
    • 샌드박스
    • 655
    • +2.3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