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높아지는 유리천장] 만년행원 ‘Ms. 김’

입력 2017-03-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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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여성 임원 ‘5%’… 시중은행 10곳 중 4곳 女임원 ‘0명’

“유리천장 해소라는 명분이 사라졌다. 은행권에서 두 번째 여성 행장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 사퇴로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최근 금융권의 관심은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에 이은 사상 두 번째 여성 은행장의 탄생 여부였다. 하지만 유력 후보로 분류되던 강신숙 수협중앙회 상임이사가 수협은행장 후보 지원을 철회하면서 당분간 은행권에서 여성 수장의 탄생은 쉽지 않게 됐다. 유달리 보수적인 은행권의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은 장벽인 이른바 ‘유리천장’이 여전히 높은 까닭이다.

◇ 은행권, 여성 고위직은 평균 5%에 그쳐…고위직 여성 없는 곳은 40%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주요 시중은행(특수은행 포함) 남녀 임직원 성비 및 승진 현황’ 자료를 보면 임원급(본부장) 이상의 고위직에 여성이 단 1명도 없는 곳은 40%에 달했다. 승진기간도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남녀 임직원 간의 격차는 컸다.

시중은행 및 특수은행 15개사 전체의 여성임직원 비율은 평균 46%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체 임원급인 본부장 이상의 고위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5%에 그쳤다. 대리급 이하의 여성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중 여성 임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58%(평균 46%)의 KEB하나은행이었다. 다만, 임원급인 본부장 이상의 여성은 총 67명의 중 3명에 불과했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사정은 이보다 낫다. 여성 임직원의 비율은 각각 57%와 48%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임원급여성 비율은 각각 14%, 20%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대로 특수은행인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지방은행인 대구은행과 경남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의 경우 임원급(본부장) 이상 고위직에서 여성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이들 중 대구은행을 제외하고는 최근 3년간(2016년 6월 기준) 여성 고위직을 전혀 배출하지도 않았다.

범위를 넓혀 다른 업권을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기업지배구조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상장사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5년 여성 등기임원은 34명으로 전체 1450명 중 2.3%에 불과했다.

노르웨이(38.9%), 핀란드(32.1%), 프랑스(28.5%) 등 선진국과는 비교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다행인 점은 2014년 말 집계보다는 0.7%포인트 증가했다는 점이다.

◇ 창구직원의 여성 비율은 70%에 육박...임금 격차도 문제 = 반대로 창구 직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리 이하 분포에서 여성 직원의 비율은 평균 68%에 달했다. 낮은 직급일수록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급격히 떨어진 셈이다. 특히, 저임금직군으로 채용되는 직원의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른 남녀의 임금 격차도 문제다. 지난달 회계컨설팅업체 PwC가 OECD 33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성경제활동 지수 2017’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지수는 37.3으로 33개국 중 32위에 머물렀다.

경제활동 지수는 남녀 임금 격차와 여성의 노동 참여율, 정규직 근로자 여성 비율 등 5가지 기준을 토대로 산출되는데, 한국은 특히 남녀 임금 격차에서 3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남성이 100만 원을 벌어들일 때 여성은 64만 원밖에 못 버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여성 관리자 확대를 위해 직위공모 시 여성 우대 및 여성승진쿼터제 등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이를 위해 금융위 산하 기관들은 올해 기재부 제출 목표인 8.5% 수준을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 전체로 퍼지기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혼 전 여성에게는 결혼이라는 장벽이, 기혼 여성에게는 출산과 육아휴직이라는 보이지 않는 퇴사 압력이 존재한다”면서 “연차가 올라갈수록, 회사의 눈치를 보며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어 고위직으로 올라가기에 힘든 구조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남성들의 업무에 비해 저평가되거나, 출산과 육아휴직 등으로 승진에서 제외되는 일도 빈빈해 희망퇴직 대상자가 되기 쉽다”면서 “승진할당제와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등을 도입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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