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리서치 의무 '속 빈 강정' 우려

입력 2006-09-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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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누가 먼저쓰나’ 눈치보기·공정성 여부도 논란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가 내놓은 '기업공개(IPO) 주간사의 리서치 공표 의무' 제도가 자칫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공개(IPO)시 대표주간사를 맡은 증권사가 해당 기업에 대한 리서치 자료를 1년간 4번 이상 의무적으로 발표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 7월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부터 적용되고 있다.

리서치 자료를 낼 때에는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등 주식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한 내용도 담도록 권고하고 있다. 단 '풋백옵션' 행사를 의식한 인위적인 주가 부양을 막기 위해, 상장 40일 이후부터 리서치 자료를 발표할 수 있다.

상당수 신규상장기업들이 상장 이후 시장의 관심권 밖으로 벗어나고 있는 현상을 방지하고, 제대로 된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금감원과 증협이 관련 규정을 신설해 도입한 것.

그러나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증권사가 기업에 대한 리서치를 자율이 아닌 의무적으로 작성해야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진통이 우려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증권사들이 선뜻 리서치를 내지 못하는 등 실제 성과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내용의 공정성 여부도 논란이다.

▲보고서 안 나온 곳 수두룩

17일 현재 이 제도에 따라 상장주간사가 리서치 자료 내야 하는 곳은 온미디어(이하 대표주간사 삼성) 인포뱅크(동양) 사이버패스(교보) 맥스엔지니어링(한양) 미디어플렉스(한국) 팬엔터테인먼트(NH) 한국전자금융(현대) 엑스씨이(동양) 젠트로(키움) 트라이콤(굿모닝) 지오텔(한국) 등 총 11개사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모두 7월이후 신규상장했고, 상장후 40일이 지난 기업이다. 엘씨텍(신영)과 평산(미래에셋)도 곧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 중 현재까지 상장주간사에 의해 리서치가 나온 곳은 온미디어(삼성증권) 한 곳 뿐. 온미디어는 지난 7월 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이 제도의 첫번째 대상이 된 업체.

삼성증권은 지난 14일 리서치를 통해 '뉴미디어 다원화의 최대수혜주'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500원을 제시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향후에도 온미디어를 커버리지(분석대상)에 편입해 지속적으로 리서치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온미디어의 경우, 삼성증권이 리서치를 내놓기 전 부터 일부 증권사에서 '매수' 추천의견이 나온 소위 '인기종목'이었다는 점에서 주간사인 삼성증권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이 리서치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문제는 상장 이후 단 한번도 투자의견이 제시된 리서치가 나오지 않는 '비인기종목'들이다. 시장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목의 경우, 타 증권사들도 자료를 많이 내기 때문에 주간사가 리서치를 작성하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주간사 입장에서 선뜻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 애널리스트는 "주간사를 담당했던 업체가 상장한지 40일이 지났기 때문에 리서치를 내놓아야 하지만 비인기 종목이고 계절성을 타는 업종이라 솔직히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용 공정성도 논란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규상장기업의 경우, 상장 직전 회계연도에 실적 몰아치기를 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실적 전망을 위해서는 최소한 상장 후 반년 이상 지속적인 영업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상장 후 1~2개월 만에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이 제도와 관련한 리서치가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다른 증권사들이 어떻게 내는지를 보고 참고한 뒤에 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뜻 먼저 보고서를 내기 어려워, '눈치보기' 작전이 개시되고 있는 셈이다.

리서치 내용의 공정성 여부도 논란 대상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기업공개 주간사를 담당할 경우, 상장 이후 해당 기업의 유상증자나 사채 발행 등 IB업무에 관한 업무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어떻게 객관적 분석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업황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해 투자의견을 '매수'로 선뜻 제시하기 힘들 경우에는 아예 투자의견을 내지 않고 회사 소개 수준의 자료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는 신규상장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이라는 본래 취지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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