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발언대]역사는 그저 ‘과거사’가 아니다

입력 2014-09-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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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아 숭실대 행정학과·지암 선진화 아카데미 14기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승리는 온 대한민국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값진 승리가 나라를 빼앗긴 상태라면 어떨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36년 대한민국은 일제(日帝) 강제 점령시대였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축제가 한창이었지만 우리는 일제의 잔혹한 치하와 수탈에 고통받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이변은 있었다. ‘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가 2시간 29분 19초로 당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당연히 금메달이었다. 함께 경기에 출전한 남승룡 선수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우리나라 마라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이날의 영광을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기억한다. 손기정이 아닌 ‘손 기테이(SON, Kitei)’의 금메달로 기록했다. 당시 우리에게는 나라가 없었다. 운동선수로서 가장 기쁜 순간이 왔음에도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는 고개를 숙였다.

만약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이하지 못하고 일제강점기가 계속됐다면 김연아 선수의 시상식에서도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가 대신 걸렸을지 모른다. 끔찍한 일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내 나라 대한민국’은 한때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5000년 역사 동안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에 견뎌 왔다.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기도 겪었다. 세계가 무시하는 나라에서 주목하는 나라로, 도움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흘린 우리 선조의 피와 땀 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의 역사의식 수준은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안전행정부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과 중고생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 안보의식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36%, 청소년의 53%가 한국전쟁의 발발 연도를 모르고 있었다. 또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틀린 대답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안보에 대한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의 역사의식은 정말 충격적인 수준이다. 많은 사람이 우리 역사를 그저 과거사로만 치부하며 외면하고 있다. 직접 겪은 투쟁의 결과가 아닌 탓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지금의 안정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지나온 역사 속에는 우리가 현재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가 담겨 있고 해답도 존재한다.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본받으면 된다. 복지정책에 대한 고민은 백성을 생각했던 세종대왕의 복지정책을 본받으면 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올바른 역사의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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