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발칙한 '연애의 목적'과 섹시한 이병우의 기타

입력 2014-09-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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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연애의 목적'에 기타 양념을 뿌리다

영화 '연애의 목적'이 발칙하고 야한 영화로만 기억된다면 서글픈 일이다. '연애의 목적'은 그 자체가 테크니컬한 클래식 기타 연주의 향연이기 때문이다. 빠른 편집에 발맞춘 기타의 속주와 오르락내리락하는 다양한 워킹, 멋들어진 트레몰로, 코타시브 등 클래식 기타의 고급기술들은 '연애의 목적'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기타와 더불어 퍼거션, 마라카스, 동서양의 현악기들이 뒤섞인 '연애의 목적' 음악은 어디서도 듣기 힘든 독특한 화합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구성하는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영화 속 독특한 캐릭터들이 튀지 않고 스토리에 녹아들어간 것과 똑 닮았다. 물론 그 악기들 속에 기타는 특별하다. 음악감독 이병우가 직접 튕기는 클래식 기타의 선율은 싱싱한 다랑어처럼 영화 속에서 팔딱거린다.

◆말하는 기타

조개집과 순두부가게에서 기타 한 대로 심리묘사를 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예를 들어 박해일의 명대사 "나는 다른 조개 먹고 싶은데"에서 꾸물꾸물 흘러나오는 단선율의 기타는 능청맞고 구질구질한 박해일처럼 뻔뻔하다. 이후 오버숄더, 원샷, 투샷을 아우르며 전개되는 스피디한 컷 전환과 타이트 바스트, 웨스트, 옆모습, 앞모습 등을 이어붙이는 튀는 편집술은 기타, 퍼거션, 태평소 등과 한데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는 한편의 핑퐁게임을 만들어낸다. 관객들은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듯 카메라를 통해 정신없이 오가는 강혜정과 박해일을 숨죽여 지켜보며 귀로는 즉흥연주처럼 튀어나오는 이병우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영화가 후반부로 들어서며 '이거 기타로 분위기가 잡히겠어?'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바이올린 스트링 속에 가느다랗게 떨리는 한 가닥의 기타 줄은 식은 닭강정처럼 구슬프다. 오히려 지나치지 않은 기타의 적당한 공간감은 억지 분위기를 조성하는 우격다짐 식의 음악보다 담백하다.

◆전설을 써나가는 이병우

이탈리아에 엔니오 모리꼬네가 있고 일본에 히사이시 조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병우가 있다.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지는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에서 영화음악으로 쓰인 연주곡이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음악감독 이병우는 독보적이다. 영화 '장화홍련'의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나, '왕의 남자'의 '에필로그(돌아오는 길)' '괴물'의 '한강찬가'와 '마더'의 '춤' 등은 모두 연주곡 자체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음악이다.

사실 한국 영화음악계에 이병우 음악감독이 나타나기 전까지 클래식 기타가 중심이 된 영화음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선율의 기타는 상대적으로 다른 밴드나 오케스트라에 비해 음악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이병우는 기가 막힌 기술의 현란함과 깔끔한 퓨전 편곡으로 끝장을 낸다. 말 그대로 기타 한 대로 영화 한 편을 '올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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