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죽음의 군대’, 변화만이 살길이다

입력 2014-08-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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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의 군 입대를 앞둔 고교 동창생은 요즘 신문 보기가 겁이 난단다. 윤 일병 사망 사건 이후 불안에 떨던 친구는 연이어 터진 장병 자살 소식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가능하다면 군 입대를 당장이라도 취소해 외국으로 보내 버리고 싶단다. 올초만 해도 아들이 군에 가면 규칙적인 생활로 몸이 건강해지고 게으른 습관도 고쳐질 거라며, 아들은 꼭 현역병으로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친구다. 요즘 대한민국에 아들 가진 부모라면 다 이런 심정일 것이다.

군대가 ‘죽음’의 상징이 돼 버렸다.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대에 간 청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가족 곁으로 돌아갔다. 그것도 적이 아닌 전우의 엽기적 가혹행위의 결과라니 통탄할 노릇이다. 군 문제가 하나 둘씩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군 입영 거부운동까지 일고 있다. 자식을 어떻게 ‘사지(死地)’로 보낼 수 있겠느냐는 한 어머니의 울음 섞인 하소연엔 가슴이 먹먹해진다.

군대 내 사망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엽기적 가혹행위와 더불어 수뇌부의 은폐 조작 의혹 때문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군 특성상 행동이 굼뜨고 학습력이 떨어지는 병사들은 ‘고문관’이라는 이름 아래 ‘기수열외’ 등 인간 이하의 고통을 받아 왔다. 군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심지어 자살 등 사망 사건 등으로 어두운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도 문제 해결은커녕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만을 보였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족을 떠난 병사를 나라는 결코 지켜 주지 않았다. 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해에만 군대에서 117명이 숨졌고, 이 중 3분의 2가 넘는 79명이 ‘자살’인 것으로 드러났다. 군대 내 자살은 2011년 97명에서 2012년 72명으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다시 79명으로 증가했다. 2004년부터 올 8월까지 자살한 장병 수는 총 821명으로 군의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군간부들이 병사를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으로 관리했다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한계상황이다. ‘죽음’은 생명이 없어지거나 끊어지는 현상으로, 동사 ‘죽다’에서 온 명사다. 그런데 이 ‘죽음’과 구별해 써야 할 단어가 있으니 바로 ‘주검’이다. ‘주검’은 죽은 사람의 몸, 즉 송장·시체를 뜻한다. 사람 또는 동물 따위의 죽은 몸뚱이를 이르는 말인 ‘사체(死體)’와 같은 의미다. ‘죽(다)+-엄’으로 이뤄진 파생어로, ‘죽-’은 뜻을 담당하는 어근이고, ‘-엄’은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죽음과 주검 둘 다 ‘죽다’에서 파생한 말이지만 표기가 다른데, 이에 대한 설명은 한글맞춤법 제3절 제19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서 명사로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어야 한다. 죽음 외에 걸음, 울음, 믿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어간에 ‘-이’나 ‘음’ 외의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다른 품사로 바뀐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써야 한다. 마감, 무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 현실상 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는 젊은이들에게 군복무 기간에도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생산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군이 투명해야 한다. 장병의 인권과 안전 보장은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 등으로 인해 불신과 불안의 대상이 된 대한민국 군대가 하루빨리 바로 서야 할 것이다. 사법체계를 손 보고,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윤 일병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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