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환영합니다

입력 2014-08-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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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남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정치학

‘빈자의 성인’, ‘제2의 예수’로 불리는 성인 ‘프란치스코(1182~1226)’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택한 최초의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성 프란치스코는 수세기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산된 가톨릭교회의 혁신운동을 점화시킨 인물이다.

그렇기에 ‘프란치스코’는 역대 교황들이 택하기에 버거운 이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름 선택은 ‘프란치스코’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가톨릭계에서는 이를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앞으로 지속되어야 할 개혁을 시작하겠다는 사명의식을 교황 선출시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동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 미사 집전, 세월호참사 유족과 성노예 피해자 위로, 장애인 요양시설 방문,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 등 광폭의 활동을 예정하고 있다.

그의 방한 활동은 화해와 평화, 소외되고 피해 입은 사람들에 대한 위로,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 전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난하고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의 친구로 평범함 속으로 몸을 낮추며 실천을 통해 혼탁한 세상에 사랑과 정의를 구현하려는 모습을 이 땅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위대함은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자세 속에서 강렬하게 발현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 그는 전철을 타고 다니며 늘 빈민들과 함께하고, 작은 원룸에서 살며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아르헨티나가 독재정권 밑에서 신음하던 시절 그는 많은 사람들을 구출했으며 군부에 쫓기는 사람들을 숨겨 주었다.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로 그가 손에 든 것은 총도 해방신학도 아니었다. 그는 오직 복음만으로 험난한 현실을 뚫고 나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껍질을 벗고 거리로 나가라”라고 말한다. 거리로 나가 보통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교황의 관저 대신 여행자 숙소에 머물며 다른 신부들과 식사를 한다.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명품 구두와 십자가 대신 옛날부터 자신이 쓰던 물건들을 쓰며, 낡고 싼 옷을 입고 다닌다. 전용 리무진 대신 걷거나 작은 차를 타고 보통 사람들과 친교하기를 즐긴다. 그는 성대한 환영식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에게서 지엄한 교황의 권위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혁신과 공동선을 강조한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자본주의의 결점을 바로 잡기 위해 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현대사회의 소비주의에서 비롯된 낭비도 비판한다. “음식을 버리는 것은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서 그것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사제와 주교와 교황이 십자가를 지지 않는다면 주님의 제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세속적 교황보다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과 힘없는 사람들의 친구인 빈한한 주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세상에 자기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 같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주어진 인연을 껴안고 정성을 다하여 배려하고 양보하며 살 것을 권한다. 자기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눈물겹도록 고맙고 이 세상은 고마움과 감사함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교황은 트위터를 통해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호소했다. 현재 교황의 트위터 팔로어는 1400만명을 넘었다. 그는 지금 전 세계의 여러 지도자 중 트윗이 가장 많이 리트윗 되는 지도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을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 힘없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가 되고 있다. 자기를 비우고 내려놓은 공간을 사랑과 겸손과 무소유 정신으로 채워 혼탁한 세상에 빛이 되고 있다.

세상의 어두움에는 치열하게 맞서며 정의와 인권의 길을 여는 등불이다. 그래서 그는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탁월한 현실적 지도자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우리 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미래를 향해 용기와 희망을 충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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