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

입력 2006-08-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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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와 마찬가지로 직장인들도 슬럼프에 빠진다(?).

원래 ‘슬럼프(Slump)’는 갑자기 성적이 일정기간 동안 부진한 운동 선수들에게 자주 쓰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개념은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용 전문 기업인 코리아 리크루트가 지난 4월 직장인 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7.7%가 슬럼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도 각박한 직장 생활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운동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선 조사 결과에서도 직장인들이 슬럼프에 빠질 때, 43.9%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 이외에도 ‘업무 의욕 상실(30.3%)’, ‘업무 집중도 저하(19.1%)’, ‘업무 성과 하락(6.1%)’ 등의 순으로 그 증상을 호소했다.

직장인들이 슬럼프에 빠져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회사에도 막대한 잠재적 손실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직장인이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는 피로누적, 변화 부적응, 심리적 압박, 집중력 부족, 인간관계 갈등 등의 탓이다.

개인이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첫 번째 이유는 피로 누적에 있다. 일 예로 운동 선수들이 아무리 연습을 해도 기량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때가 있다. 바로 ‘연습의 고원(Plateau) 현상’ 때문이다. 이런 때 일수록 선수들은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업 경영 환경이 워낙 어렵다 보니 직장인들의 업무 강도는 물론 성과나 실적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란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한다.

이것이 주말까지 반납해 가며 고되게 일하는 직장인들의 실상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인지 최근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며, 만성 피로와 과로로 쓰러지는 직장인들이 매년 1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직장인들의 피로 누적 정도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피로 누적은 직원들의 탈진(Burn-out) 가능성을 높이고, 조직 전반의 창의성을 저해하거나 생산성을 하락시키게 된다. 게다가,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저하시켜 우수 인재의 이직을 부추길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이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별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피할 수 없으면 즐길 줄 아는 긍정적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회사도 주기적으로 구성원들의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부가가치가 낮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감소시키고, 불필요한 회의 문화를 개선하는 등 ‘스마트 워킹 프로그램(Smart Working Program)’에 대해 관심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케어링 프로그램(Caring Program)’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잘 알려진 프로그램으로는 재충전의 시간을 배려하는 ‘안식년 제도’가 있다.

또한, ‘비공식 그룹(Informal Group)’을 활성화시켜 다양한 여가, 체육 활동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일과 삶의 균형 추구로 잘 알려진 SAS Institute사처럼 피아노가 연주되는 카페테리아를 비롯해, 36,000평방 미터나 되는 회사 부지에 체육관, 댄스실, 수영장, 건강 상담실 등 임직원들의 휴식과 편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도 있다.

개인이 슬럼프를 겪게 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게 될 때나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게 될 때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

기존에 익숙했던 업무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장인들이 새로운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노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변화 적응을 돕는 회사의 다양한 변화 관리 프로그램들이다. 예컨대 신입이나 경력 사원들의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을 돕는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Mentoring Program)’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부분도 슬럼프를 낳는 요인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 불투명, 고령 인력의 퇴출, 일과 삶의 부족, 가정 불화, 실적에 대한 부담감, 조직내 세대 및 가치관 차이 등 다양한 요인들이 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서구 기업들은 전문 심리 상담이나 커리어 상담과 같은 카운셀링 기능을 강화해 구성원들을 챙기고 있다.

HP사의 경우, ‘종업원의 우울증 진단(Assessment of Employee Depression)’이라는 감성 측정 설문을 정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슬럼프를 초래할 수 있는 우울증과 같은 종업원의 심리적 문제를 파악하여 카운셀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리적 압박감과 반대로 운동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긴장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집중력이 저하될 때라고 한다. 이는 직장인도 똑같다.

직장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신입 사원 시절에 지니고 있던 도전 정신이 무뎌지고 현실에 안주하여, 무사 안일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지나친 자만심과 자기만족에 젖어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슬럼프를 야기하는 원인으로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있다.

상사, 동료, 부하들과의 갈등은 스트레스의 주범이 되며, 심한 경우 직장인들의 슬럼프를 야기하는 주된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해외 선진 기업들이 ‘감성 역량(Emotional Competency) 개발 프로그램’이나 각종 ‘커뮤니케이션 스킬 교육’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대부분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변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기 마음부터 다스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동료를 위한 배려, 인색하지 않은 칭찬, 따뜻한 격려 등이 자연스런 행동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그 어떤 경쟁 무기보다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휴먼 네트워크를 공고히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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