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홍명보 감독, 팬들의 의혹 풀지 못했던 기자회견

입력 2014-07-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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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엽 온라인뉴스부 차장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사퇴했다. 홍 감독은 10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당초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와의 조별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탈락하면서 대한축구협회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협회 고위층의 반대로 내년 1월로 예정된 아시안컵까지 유임이 확정됐다.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요인은 지난 7일 본지가 단독보도한 대표팀 소집기간 중 경기도 분당의 토지 매입, 그리고 이과수 베이스캠프에서 음주를 겸한 회식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토지 매입에 대한 질문이 나왔음은 당연하다. 홍 감독의 대답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다. 제가 그동안 그렇게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 훈련시간에 나와서 땅을 본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다”였다. 분명한 사실은 해당 토지에 대한 최종 계약일이 5월 15일이었고 이는 대표팀이 소집된 이후라는 점이다. 대표팀은 5월 12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다. 핵심을 피해 답변한 셈이다.

토지를 매입하든 매도하든 분명 개인사다. 대표팀 소집이 임박하고 월드컵이 코앞이라도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다만 5월 12일에 대표팀 소집 이후 트레이닝 센터를 임의로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자회견장에서 그 누구도 홍 감독에게 비겁하게 살아왔는지를 묻지 않았고 훈련 시간에 나왔는지를 묻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대표팀 소집 기간 중 훈련 시간이 끝나면 선수들이 자유롭게 외출해 개인 용무를 봐도 되는 것인가. ‘기간’과 ‘시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미 홍 감독은 대표팀 출범 이후 자신의 말을 자주 바꿨다. 아무도 거창한 대표팀 원칙을 밝혀달라고 요청하지 않았고 약속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선수 선발 원칙을 스스로 깼고 그 결과 최종 명단을 발표하면서 선수 선발의 당위성을 굳이 설명해야 했다. 선수 선발은 어차피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길지 않은 준비 기간이었던 만큼 원하는 선수를 쓰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스스로 원칙을 운운하지 않았다면 해명할 필요도 없던 일이다.

자신의 발언 하나 하나가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음에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이후에 또 그의 발언과 다른 일이 벌어졌다. 선수들이 브라질 이과수 폭포를 방문한 사진이 유출된 것이다. 홍 감독은 “벨기에전 이후 선수들에게 이과수 폭포에 가자고 했지만 선수들이 ‘더 이상 짐을 주기 싶다’고 얘기해 가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 이미 이과수 폭포를 다녀왔고 벨기에전 이후 또 한 번 가려고 했지만 선수들 만류로 가지 않았다면 말이다. 혹은 선수들만 다녀오도록 배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충분히 밝힐 수 있는 내용들이었고 그로 인해 비난의 수위만 더 높아졌다.

팬들이 원하는 감독은 스스로도 지키지 못할 원칙을 내세우고 그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감독이 아니다. 패해도 납득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였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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