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장-최씨 일가 이별의 수순인가

입력 2006-07-10 10:04 수정 2006-07-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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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걸 고려아연 회장 영풍·서린상사·영풍정밀 등 알짜 계열사 지분 잇단 처분

재계 44위(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7월1일 기준) 영풍그룹의 지배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장형진(60) 영풍그룹 회장과 최창걸(65)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장-최씨 일가가 지분을 공유해 온 구도 속에서 최 명예회장이 그룹 알짜 계열사들의 지분을 잇따라 처분하는 속내 모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영풍그룹이 창업주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인 것을 감안할 때 경영권 중심의 추가 정씨 일가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는 일련의 흐름들이 정·최씨 일가의 ‘작별(?)의 수순’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 명예회장과 고(故) 최기호 회장이 지난 1949년 동업으로 세운 영풍기업사로 출발, 현재 아연제련업체인 영풍·고려아연을 비롯 회로기판(PCB) 업체인 코리아써키트·인터플렉스, 펌프 밸브제조업체인 영풍정밀 등 5개 상장사와 무역업체 서린상사, 서울 종로에 위치한 영풍문고 등 2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그룹이다.

지배구조를 보면 고 장병희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정씨 일가의 수장인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과 고 최기호 회장의 장남으로 최씨 일가의 맏형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동업 관계로 시작한 장-최씨 일가가 지분을 공유하는 형태로 돼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그룹의 경영구도와 관련 “정 회장이 고려아연 외의 영풍 및 주요 계열사들을 총괄하고 최 회장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최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동생인 최창영(62) 대표이사 사장, 최창근(59) 부회장 등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최 명예회장은 지난달 26일 영풍 지분 6.2%를 고려아연 해외 현지법인(지분율 100%)인 콜웰 케네디에 매각했다. 최 명예회장의 지분 처분은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아연은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영풍이 최대주주로서 25.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장 회장(4.3%), 최 명예회장(1.4%) 등 개인 지배주주 31명의 지분은 21.2% 정도다. 반면 영풍은 정씨 일가 29.7%, 최씨 일가 17.0%, 이외 계열사 등으로 구성됐던 지배주주 지분(74.1%)이 최 명예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으로 최씨 일가 지분이 10.8%로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최 명예회장의 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에는 영풍정밀 지분 4.30%(6만7796주)를 13억원(주당 1만8600원) 가량에 서린상사에 처분했다. 서린상사는 지난해에만 5754억원의 매출을 올린 영풍그룹 수출입업체다.

지난달 28일에는 이같은 알짜 계열사 서린상사 주식 3.33%(1만1주)를 41억원(주당 41만원 가량)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이 40.0%, 장 회장과 형인 장철진 전 영풍산업 회장이 각각 16.7%를 보유한 구도로 사실상 정씨 일가의 기업이나 다름없게 됐다.

특히 최 명예회장의 그룹 계열사들의 잇단 지분 매각과 맞물려 서린상사는 영풍정밀에 이어 지난달 영풍의 지분 2.3%를 신규 매입함으로써 정씨 일가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 명예회장의 일련의 행보에 해당 계열사들은 구체적인 배경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영풍정밀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이 최근 들어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회사로서도 의아할 따름”이라며 “최 명예회장 신상에 별다른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 회장과도 갈등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명예회장의 계열사 지분 잇단 처분으로 영풍그룹 경영권의 무게 중심이 사실상 정씨 일가 쪽으로 옮겨간 것 만은 자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 최 명예회장의 일련의 행보는 영풍그룹이 창업주 3세로 넘어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상황에서 정씨 일가와의 ‘작별’의 시기를 현 시점으로 선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풍그룹은 장 회장의 영풍 지분이 1.13%에 불과한 반면 미국 유학중인 장남 장세준(33)씨의 지분이 16.89%, 차남인 장세환(27)씨가 11.15%에 달하는 등 지분상으로는 일찌감치 ‘3세 체제’을 위한 기반을 갖춰놨다.

반면 최씨 일가 3세 중에서는 최 명예회장의 아들로서 미국 유학중인 데이비트 최(38)씨가 영풍정밀의 최대주주로서 23.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인해 당초 영풍정밀은 최씨 일가의 경영권 승계가 예상됐지만 최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 서린상사의 10.44% 지분 취득 등 지분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이마저도 가늠하기가 불투명해졌다는 게 영풍정밀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이 정씨 일가 쪽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고려아연이나 (창업주 3세들의) 그룹 경영 일선에 포진하는 시기 등 앞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구도와 관련해서는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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