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의 이반(二般)을 잡아라 - 뜨는 게이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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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 홍석천을 잡아라!'

틈새시장을 찾기에 혈안이 된 기업들이 요즘 가장 많은 관심을 쏟아 붓는 곳이 있다.

게이(남성 동성연애자) 혹은 레즈비언(여성 동성연애자)을 대상으로 하는 '동성연애자 시장'이다. 일부에선 "가까이 하기엔 조금 먼" 시장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시장규모를 따져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인구대비 3% 정도를 동성애자로 보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게이비즈니스는 바로 인구대비 전체 3%의 시장을 노리는 셈이다. 특히 ‘동성애자’라는 특정 타깃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보니 경기침체 여파를 크게 타지 않는다.

‘게이(gay)’는 동성연애(자)란 뜻으로 주로 호모(남성간 동성연애자)를 가리킨다. 스스로를 ‘일반(一般)’이 아닌 ‘이반(二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공식적으로 한국 내 동성연애자 수는 100만명 내외로 추산하고 있지만 “내가 동성연애자”라며 나서는 사람은 극소수다. 최근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히고 있지만 아직은 사회적인 시선이 차갑다. 따라서 이들은 음지로 들어가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폐쇄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게이 비즈니스가 아직까지 주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서비스 산업에 치중되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표적인 사업이 게이바다.

게이바는 게이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경기 불황을 타지 않는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게이 댄스바로 알려진 이태원의 G바에는 금요일이나 주말이면 젊은 게이들 600∼700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 테이블 5개를 갖춘 일반적인 게이 바도 월 평균 매출이 2000만원에 순이익도 1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호황이다. 종로에서 N바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작년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손님이 가장 많았지만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이후에는 목요일 손님이 늘어나 목요일과 금요일이 가장 붐빈다”고 말했다.

게이바는 간판을 크게 달거나 따로 광고나 홍보를 할 필요가 없다. 게이 문화 자체가 음성적이기에 홍보채널도 인터넷과 구전광고가 고작이다.

유명 게이 바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게이포털로 유명한 사이트는 버디버디, 해피이반, 이반시티, e게이 등이다. 하지만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최근엔 보릿자루 등과 같이 관련 정보잡지도 나와 이를 통해 게이 바를 찾기도 한다.

국내 게이 바의 유래에 대해 ‘설왕설래(說往說來)’ 말들이 많지만 ‘가장 오래된 직업이 매춘’이라는 말이 있듯이 ‘게이 바도 술집이 생겨나면서 있어왔다’고 한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80년대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 게이 바는 본래 신당동에 밀집되어 있었는데 단속으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다, 지금의 종로 낙원상가 일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현재 게이 바는 어림잡아 전국적으로 200여 곳이 산재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서울에만 100여 곳이 있고 종로에 60여 곳이 밀집되어 있다. 게이 바도 지역에 따라 고객이 다르다. 종로와 이태원은 남성(게이) 중심이고, 홍대와 신촌은 여성(레즈비언) 위주다.

◆ 국내 동성애자, 비공식 100만명 정도

게이를 상대로 한 업소는 기존 업소의 모든 형태가 다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룸과 노래를 할 수 있는 단란주점이 있는가 하면 나이트클럽처럼 춤을 출 수 있는 댄스 바도 있다.

심지어 음식점, 실내 포장마차까지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게이들을 위한 안마시술소, 사우나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 물론 숫자상으론 단란주점형 게이 바가 가장 많다. 게이 바의 술값은 보통 일반 술집보다 저렴한 편이다. 특히 게이 바가 밀집되어 있는 종로 일대는 워낙 경쟁이 심하다보니 주인이 바뀌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한정된 장소에서 치열한 내부경쟁을 하는 곳은 종로와 이태원. 종로가 단란주점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게이힐(gay hill)’이라 불리는 이태원 소방서길 옆골목 게이 바 밀집지역에는 젊은 이반들이 많이 찾는 댄스 바가 밀집되어 있다. 나이트클럽에서 ‘물’관리를 하듯 젊은 남성들을 따로 수배해 놓기도. 게이 바도 숫자 장사를 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댄스 바이다. 입장권은 1만∼1만5000원. 나이트클럽처럼 기본 얼마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손님을 받아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아예 볼거리(쇼)로 승부하는 게이 바도 있다. 게이 무용수가 ‘현란한’ 몸동작을 보이는데 보통 프로무용수는 한 타임(30∼40분)에 3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업주들은 프로를 웬만해선 쓰지를 않는다. 가격도 아마추어의 10만원과 비교해 비싸고 레퍼토리가 반복되어 고객들이 식상해 한다는 것.

이곳저곳 게이 바를 섭렵하는 프로 고객들에겐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게이 바는 주인과 손님이 만들어가는 장소이기 때문에 특히 단골들의 요구를 잘 맞춰야 한다. 아마추어는 조금은 어설픈 몸동작이지만 그것 자체가 큰 매력으로 작용해 인기를 모은다고.

게이 바의 꽃은 역시 ‘꽃미남’이 항상 대기하고 있는 단란주점형 게이 바. 최근 들어 단란주점형 게이 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이 심하다보니 너도나도 ‘꽃미남’으로 고객을 유혹하려 하기 때문이다.

꽃미남은 바로 일반 룸살롱의 ‘나가요 걸’과 같은 ‘선수’(접대도우미)를 지칭한다. 팁은 4만∼5만원으로 나가요 걸과 비슷하지만 2차비용은 10만원으로 20만∼30만원하는 나가요 걸보다 적다. 나가요 걸들처럼 이 룸 저 룸 돌아다니며 재탕(더블) 삼탕 뛰지도 못한다. 한 업주는 “80년대 가격이 아직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한다. 업주간 협약에 의해 임금을 고정해 놓았기에 가능하다고 한다.

◆ 꽃미남 대기하고 있는 단란주점형 인기

꽃미남은 손님이 원하면 예외 없이 2차를 나가야 한다. 이때 손님의 성적취향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 역할을 번갈아 해야 하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꽃미남들이 룸에 들어가선 주로 손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고 한다. 숨겨온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그래서 꼭 예쁘거나 멋진 몸매를 찾기보다는 분위기를 ‘업(UP)’시켜줄 쾌활하고 명랑한 꽃미남들을 더 선호한다.

꽃미남들 중에는 호스트 생활을 병행하는 카멜레온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즉 게이 바로 가면 꽃미남으로, 호스트 바로 가면 변강쇠가 되어 몸을 불사른다. 이처럼 잘 나가는 선수는 게이 바 수입 월 500만∼600만원에, 호스트 바 수입 월 1000만원으로 보통 1500만원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인다.

업주들은 생활정보지에 구직광고를 내고 꽃미남을 모집한다. ‘남 웨이터 구함, 준수한 외모 175cm 이상’이라고 쓰인 광고 문구는 예외 없이 꽃미남을 구하는 광고다.

레즈비언 바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신촌과 홍대입구 주변에 과거 레즈비언 바가 3곳에 불과했는데 최근에는 10군데로 늘어났다. 그만큼 레즈비언시장도 커지기 시작한 것.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성 시장이 더 크다. 여성은 끝까지 레즈비언을 주장하기 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이성애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성들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동성애에 더 깊게 빠져든다. 특히 게이 시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대부분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구출한 30∼40대로 구매력이 있는 그룹이란 것. 속된 말로 ‘게이들은 블루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가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게 이 바닥의 경험치다.

온라인에서도 게이비즈니스가 한창이다.

실제로 2002년 본격적인 상업 커뮤니티로 탄생한 게이 커뮤니티 ‘이반시티’는 하루 100여명의 회원이 새로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1만7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이반시티의 인기 서비스인 ‘온라인 미팅 서비스’에만도 하루 50명 이상의 회원이 새로 서비스를 신청한다.

이 사이트는 유료회원만 3만~4만명에 달해 그 비율은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5월 동성애자 인터넷 포탈로 태어난 '딴생각'도 해를 거듭할수록 회원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남성을 위한 게이포탈과 여성들을 위한 레즈비언 포탈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회원 수가 12만 명이다.

이 사이트는 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성관계를 주제로 한 드라마 영화를 유료화시켰다. 또 동성 간 성관계시 필요한 각종 의약품과 기구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최근 4박5일 코스의 태국 게이타운 패키지 관광 상품에 수십명이 몰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게이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권모 기획팀장은 “월 1만2000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액수에도 불구하고 유료 회원 4000명이 가입했다”면서 “게이들을 대상으로 여행·쇼핑·커뮤니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장성이 괜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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