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거덕 대는 재계 2·3세 모임 '브이소사이어티'

입력 2006-06-19 11: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요즘은 잘 안 나갑니다. 가면 아는 사람도 없고 뻘쭘하게 앉아 있기도 뭐하고…"

브이소사이어티의 멤버인 벤처기업의 A사장은 설립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이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는다.

A사장은 지난 2000년 9월 브이소사이어티가 설립될 당시 출자도 한 창립멤버 가운데 한명이다. 그런 그가 매주 목요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열리는 정기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않고 있다.

재벌2·3세들과 IT 및 벤처 CEO간의 사교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가 회원들 사이의 태생적인 이질감으로 최근 방향타를 잃고 표류중이다.

브이소사이어티의 설립 취지는 단순 친목모임이 아닌 벤처기업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벌 2·3세들의 사업추진능력을 결부시켜 시너지 효과를 노리자는 당시로서는 매우 '훌륭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다른 재벌 모임과 달리 특정 주제를 가지고 발표와 토론을 하는 세미나 형태도 취했고 와인 미팅이나 영화관람과 같이 스킨십 강화차원의 이벤트도 가졌다.

벤처기업인 입장에선 향후 그룹의 총수로 성장할 재벌가 2·3세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고, 재벌가 2·3세들은 자신의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윗 세대와 차별화를 시킬 수 있는 신사업분야인 IT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양측 모두 모임에 적극적이었다.

최태원 SK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40대 젊은 재벌 2세들과 이재웅 다음 사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등이 벤처업계의 스타급 CEO들이 모여들었다.

초기 21명에 불과했던 회원이 한때 60여명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리가 잦아지면서 벤처기업인과 재벌가 2·3세들 사이에선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큰 벽이 있는 것을 절감하게 하게 됐다는 것이 A사장의 전언이다.

A사장에 따르면 재벌 2·3세들은 이르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터라 '자기들만의 리그'를 가질 때가 많았고, 한 마디로 말이 안 통할 때가 많았다.

이는 태생적인 이질감이 주 원인이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대부분의 벤처CEO들은 평범한 출생에서 갖은 노력 끝에 사업에 성공한 이른바 자수성가형 기업인들인데 반해 재벌 2·3세들은 성장해 온 길이 다른 '온실 속의 화분'과도 같았다.

이렇다 보니 자리가 잦아지고 만남이 거듭될수록 의미 있는 만남을 갖기 힘들게 된 것이다.

서로간에 e비즈니스분야에서 합작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도 재벌 2·3세들 위주의 사업으로 전략하기 일수였다. 대표적인 예가 온오프 중고차 매매사이트인 오토큐브의 좌초다.

오토큐브는 브이소사이어티 멤버이자 고려대 선후배사이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이 함께 78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까지 이르자 이들은 오토큐브의 지분을 간단히 정리해 버렸다.

이러한 속사정외에도 브이소사이어티의 주축이었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최근 회삿돈 56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모임이 썰렁해지게 됐다.

최근에는 정 회장과 S고 K대 동문인 재벌 2·3세들은 혹시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모임에 참여를 기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계란밥·라면도 한번에 호로록” 쯔양 ‘먹방’에 와~탄성⋯국내 최초 계란박람회 후끈[2025 에그테크]
  • 대만 TSMC, 美 2공장서 2027년부터 3나노 양산 추진
  • 李 대통령 “韓 생리대 가격 비싸”…공정위에 조사 지시
  • 황재균 은퇴 [공식입장]
  • 일본은행, 기준금리 0.25%p 인상⋯0.75%로 30년래 최고치
  • '신의 아그네스' 등 출연한 1세대 연극배우 윤석화 별세⋯향년 69세
  • 한화오션, 2.6兆 수주 잭팟⋯LNG운반선 7척 계약
  • 입짧은 햇님도 활동 중단
  • 오늘의 상승종목

  • 12.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1,428,000
    • +1.29%
    • 이더리움
    • 4,398,000
    • +3.46%
    • 비트코인 캐시
    • 893,000
    • +11.97%
    • 리플
    • 2,778
    • -0.36%
    • 솔라나
    • 186,200
    • +1.14%
    • 에이다
    • 546
    • +0.92%
    • 트론
    • 417
    • +0.72%
    • 스텔라루멘
    • 324
    • +2.86%
    • 비트코인에스브이
    • 26,600
    • +2.58%
    • 체인링크
    • 18,490
    • +1.43%
    • 샌드박스
    • 172
    • +0.5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