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공공분야 기술이전ㆍ사업화 유도하려면

입력 2014-05-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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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우리나라 공공연구소와 대학 등 공공부문의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기관의 기술사업화 추진 실적은 정부의 R&D 예산이 투입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공공연구소와 대학들이 기술 이전으로 얻는 수익을 비교해 보면, 2003년도 491억원에서 2012년도에는 1,651억원으로 약 3.4배 증가하였다. 또한 기술 이전 건수도 2004년 1076건에서 2012년에는 6676건으로 6.2배 가량 늘어나는 등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기술이전 실적의 이같은 양적 성장세는 상당히 고무적인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공연에서 개발한 기술을 도입해 사업화에 성공한 비율이 약 15%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을 만한 것도 국내에서는 찾기 어렵다. 때문에 기술을 생산하여 이전하는 주체인 공공연이나 대학으로서는 기술이전의 양적 성장 못지않게 실질적인 사업화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 경영 석학이자 구루(Guru)인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수(Index)’를 만드는 것은 기술 사업화의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 ‘지수’는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측정 대상의 현황이나 변화 방향, 추세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를 말한다. 기술 이전ㆍ사업화에도 지수를 도입하면 공공연의 기술 이전, 사업화 수준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공연과 대학들의 기술사업화 수준이나 경쟁력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사실상 미비했다. 2006년부터 공공연들의 기술사업화 지표를 작성해 오긴 했지만, 주로 사업화 환경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이 컸기 때문에 정성적이고 주관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KIAT는 현재 기존 기술사업화 지표의 한계를 보완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새로운 기술이전ㆍ사업화 지수(TCI : Technology Commercialization Index)를 설계중이다. 대학과 공공연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하여 기술을 이전시키고 기술창업을 유도하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기관별 경쟁력을 분석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 설계되는 기술이전ㆍ사업화 지수는 기술사업화 과정을 크게 다섯 단계(기술 개발 및 권리화, 기술이전, 기술창업, 수익 창출, 수익 재투자)로 나누고 단계별 성과를 지표화하여 지수에 산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특허 등록률, 기술이전 계약 건수, 기술이전으로 설립된 기업수, 기술료 수입 등이 지수 산정에 활용될 만한 성과지표가 될 것이다. 특히 기술사업화를 통한 수익을 어떻게 재투자하고 있는지를 평가 기준에 포함시킴으로써, 단순한 일회성 성과만이 아니라 기술사업화의 선순환 과정까지도 측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까지 공공연과 대학 등 R&D 주체들이 기술 사업화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성과의 도약은 항상 마른 수건을 짜내는 듯한 노력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건강한 경쟁을 통해 기술이전과 사업화의 질적 성장을 이뤄낼 때라고 본다. 기술이전ㆍ사업화 지수를 활용하여 연구기관별 사업화 역량을 측정한다면, 연구기관 스스로 자신의 사업화 역량의 장단점을 분석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타 기관과 비교를 통해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판단된다.

성공적인 기술 이전과 사업화는 기업의 기술역량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경제 성장으로도 연결된다. 이러한 점에서 기술 이전ㆍ사업화 지수는 창조경제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수 도입을 통해 공공연구기관 기술 이전ㆍ사업화 성과가 양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 외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많이 만들어 내서 대부분의 국민들도 인지할 수 있을 만한 대표적인 사례가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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