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상에 대한 지나친 우려

입력 2006-06-09 14:40 수정 2006-06-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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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 주식시장에서 이런 비관론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한달간 미국 주가는 다우지수를 기준으로 고점 대비 5% 이상 떨어졌고, 일본 니께이 지수는 12%나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이머징 마켓 지수들 역시 보통 고점 대비 11~12% 떨어졌으니,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시각은 이미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내수 회복 속도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 중 일부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자산 가격 측면에서도 비관론을 지지할 만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레임덕 현상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졌다. 단기적인 혼란 뿐 아니라, 궁지에 몰린 정부 여당의 무리수를 걱정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이래저래 국내외 경제 환경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비관론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미국 주택시장 둔화 시그널이 좀 더 강해지고, 급격하게 상승했던 원자재 가격이 하락 조정되기 시작하자, 그 동안의 가격 부담이 실물 경제로 이전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실제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높게 나타나자,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이외의 국가들이 내부적인 이유로 금리 인상에 동참하게 되면 글로벌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다시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여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하자면 글로벌 경제 정책의 ‘공조’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진 점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유동성 흡수 때문에 각 자산(부동산, 주식, 이머징 마켓 채권 등)에 내재돼 있던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인식은 위험자산으로부터의 탈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자본시장의 움직임과 유사한 움직임이 80년대 후반에도 나타난 바 있다. 이 당시에도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여타국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는 공조를 선택했지만, 각국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참가자들은 글로벌 공조의 파기와 이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기는 정말 나락으로 빠질 것인가? 최근 주식시장에서 전망하듯 글로벌 유동성 수축으로부터 출발한 글로벌 자산 가격 하락이 급격하게 진행될 것인가? 즉, 공조가 깨지고, 급격한 자산 가격 조정으로 다시금 유동성 완화 정책이 나타나는 과거의 시나리오가 반복될 것인가?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지만, 필자는 아직 글로벌 공조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의 심각한 침체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각국의 물가가 과거보다 안정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물론 최근 들어 BIS나 ECB 등 유력 기관들에서 글로벌 저 인플레이션 환경이 통화정책을 과도하게 팽창적으로 가져가도록 만들었고, 이러한 정책적 오류가 자산 버블과 붕괴와 같은 장기적 위험으로 연결돼 왔다는 분석 결과를 내 놓는 등 ‘저인플레이션=통화팽창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이미 미국의 주택시장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실물 경제 쪽의 둔화도 감지되고 있다. 금리 인상 자체도 ‘오버슈팅’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다른 나라들의 금리 인상이 공격적이지 않다면 미국 정책당국이 국내 소비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들 만큼 강력한 금리 인상 정책을 사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공조 측면에서 보더라도 글로벌 동반 금리 인상보다는 팽창적 통화정책의 유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요국 정책당국은 이미 자국의 금리 인상이 달러화 약세로 이어져 미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를 가져올 것이란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경제에서 서로간의 이득을 위한 행위 때문에 암묵적인 공조가 깨지는 경우가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통제된다고 보면 구태여 축소 지향적인 답을 찾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게 정당하다.

특히 최근 금리 인상과 관련된 논의에는 신임 버냉키 의장에 대한 불신도 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버냉키 의장이 자산시장을 깨뜨릴 만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는 판단하지 않는다. 물론 70년대 후반 볼커, 80년대 후반 그린스펀 모두 임명과 함께 금리 인상에 나섬으로써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한 경험이 있고, 이 때문에 글로벌 자산가격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그리고 시장은 이러한 경험 때문에 최근 더욱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통제력을 상실할 만큼 물가가 위협적이지 않은 데다, 버냉키 의장이 이전 그린스펀 의장으로부터 이미 10여차례에 걸쳐 올린 금리를 이어받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시장의 불안은 정당하지만, 실제로 추가적인 긴축과 이에 따른 실물 경제의 타격은 시장이 불안해 하는 것보다는 완만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경기는 어떤가? 200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은 불과 1년 만에 마무리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여전히 장기적인 성장 정체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2000년대 들어 국내 경제는 만성적인 투자 부진과 신용 버블의 붕괴로 짧고 약한 경기 확장을 반복해왔다. 같은 기간 두 번의 경기 확장 국면은 선행지수증가율로 볼 때 길이가 각각 16개월, 11개월에 불과했다. 과거 평균 확장 기간인 2년 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우리 잠재성장률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꺾어진 경기 선행지수증가율이 반등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여전히 외환 위기 이후 잠재성장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될 만 하다. 게다가 환율이 하락한 상태에서 글로벌 경기까지 둔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측면도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생길 만 하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내수와 수출의 균형이 잡혀간다는 평가를 할 만했지만, 내수 측면에서도 수출 측면에서도 불안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소비나 투자에 있어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지적했듯이 세계 경제가 각국의 경쟁적 금리 인상으로 침체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맞다면 국내 경제 역시 외부적 요인에 의한 침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나타났던 이머징 마켓으로부터의 자금 이탈도 잦아들 것이며, 주가 하락으로 위축됐던 소비나 투자 심리도 다소 회복되리라 본다. 속도는 둔화되더라도 각국 경제가 회복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안정되면, 국내 성장률도 하반기 중 조금 낮아지는 정도에서 방어될 수 있을 것이다. 잠재 성장률을 깎아 내리는 경기 위축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채권시장은 최근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과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두 가지의 요인이 강하게 대립하며 금리가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곡선으로 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반응은 분명하다. 단기금리는 금리 인상 우려감에 따라 오르거나 정체되고, 장기금리는 경기 둔화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내리거나 정체되거나 내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익률곡선 기울기가 작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국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기 사이클의 모습이다. 필자의 판단대로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금리 인상이 당분간 멈춰진다면 단기금리는 정체되겠지만 장기금리는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단기금리는 오르지만 장기금리는 떨어지는 수익률곡선 평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필자가 낙관적인 성격이라 그러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여건을 점검해 보면 아직 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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