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창업레이더] 싸구려 이미지 벗고 ‘강남스타일’입은 밀면

입력 2014-04-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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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은 수도권에만 살던 사람들에게 생소한 음식이다. 부산에서는 대표 명물로 뽑히지만, 수도권에서 밀면을 접하기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6.25 전쟁 중 수많은 사람들이 이북에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북에서 온 사람들은 감자나 메밀로 면을 뽑아 자신들의 고향음식인 냉면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자나 메밀은 점점 구하기 힘들어진 반면 밀가루는 미군의 원조로 흔하게 구할 수 있었다. 부산으로 내려온 사람들은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면발을 만들었다. 그것이 밀면의 시초였다.

그 당시 밀면은 시장좌판에서 팔리던 ‘싸구려 음식’이었다. 밀면이 부산음식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2009년에는 부산시의 대표 향토 음식으로 지정됐다. 요즘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가야밀면, 개금밀면 등 부산의 유명한 밀면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부산의 대표 음식이던 밀면이 본격적으로 상경한 것은 2000년 이후이다. 서울에도 밀면을 시도하는 외식업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냉면, 돼지국밥 등과 밀면을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제대로 된 밀면의 맛을 살리는 곳은 없었다.

최근 강남역 근처에 밀면 전문점이 개업했다. ‘강남밀면’은 가게 인테리어부터 내부 장식까지 최신 트렌드로 무장하고 있다. 시장음식으로 시작한 밀면의 싸구려 이미지와는 다른 점이다.

밀면이 세련된 강남의 이미지로 변모하는 데에는 ‘일식’과의 조화가 한 몫을 했다. 강남밀면의 김병수 대표는 13년 경력의 일식 주방장 출신이다. 김 대표는 일식의 정갈함과 깔끔함을 밀면에 적용시켰다.

밀면을 만들 때에는 밀의 소화를 돕기 위해 각종 한약재를 첨가하여 육수를 끓여낸다. 한약재의 향이 강한 부산밀면과는 달리 강남밀면은 한약재의 양은 유지하면서 향을 잡았다. 한약재의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풍기기 때문에 강남밀면의 육수는 깊으면서도 깔끔한 맛을 낸다. 사이드메뉴인 만두를 찍어먹는 간장에도 양파를 얇게 썰어 넣어 달콤한 맛을 더했다. 밀면이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색에 맞춰 ’부산밀면’의 색을 벗고 ‘강남스타일’로 거듭난 것이다.

밀면은 냉면과 마찬가지로 물밀면과 비빔밀면이 있다. 냉면과 밀면의 차이는 면 재료의 차이이다. 냉면의 면 재료는 메밀 혹은 감자, 고구마 전분이다. 반면 밀면의 면 재료는 밀이다. 이 때문에 밀면은 냉면에 비해 목넘김이 부드럽다.

또 하나의 차이는 냉면과는 구운 고기가, 밀면과는 떡갈비가 궁합이 좋다는 것이다. 냉면 집에서 구운 고기를 함께 제공한다면, 강남밀면에서는 떡갈비와 밀면을 세트메뉴로 구성해 판매한다. 밀면의 시원함에 떡갈비의 육즙과 씹는 맛이 조화를 이룬다.

김 대표는 “일식기법을 활용해 기존 밀면의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밀면을 모르거나 꺼려하던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강남밀면을 통해 밀면은 사람들에게 싸구려 시장 음식이 아닌 강남의 세련된 이미지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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