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서 '회장님 모시기'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경영을 총괄하는 전문경영진(사장)과는 별도로 모회사 출신의 회장들이 '웃어른'으로 내정되면서 노·사간은 물론 기존 경영진과도 편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퇴직을 앞둔 임원들이 거쳐가는 자리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우리투자, 대우證 모회사 출신 회장 임명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지분 39.09%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산업은행 출신의 회장 선임이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오는 5월 임기과 만료되는 이윤우 산업은행 부총재가 대우증권의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대우증권에도 '고문' 역할을 하는 회장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모회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대우증권 노조 관계자는 "영업력 강화 차원에서 산업은행 출신이 온 경우에는 문제를 삼지 않았지만, 모회사 퇴직임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진행되는 낙하산 인사는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우리금융그룹 김종욱 부회장이 우리투자증권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이달 3일부터 본격적인 출근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우리금융그룹 측은 이와관련,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 회장으로 보직을 옮겨 그룹 내 은행·증권간 시너지를 높이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우리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증권사 회장직은 그룹내 퇴임 임원이 거쳐가는 자리였다“며 "그룹내에 여전히 구시대적 발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우리투자증권은 합병전 LG투자증권 시절에도 LG그룹의 금융분야를 총괄하는 명예회장직이 있었다.
◆증권사 '회장님'은 누구?
한편,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외에도 상당수 국내증권사들이 '회장' 직함을 두고 있다. 대부분은 창업주 또는 창업주 일가들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및 증권 회장은 '창업주형' 회장의 대표격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이 실질적 경영을 책임지고, 박현주 회장은 그룹 전체의 해외진출 사업 등을 추진하는 형태로 업무가 이원화돼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모회사인 다우기술의 김익래 회장이 증권사의 이사회 의장을 맡는 대신 실질 경영은 김봉수 사장이 책임지고 있다. 박현주 회장과 김익래 회장은 증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각각 미래에셋캐피탈(47.04%)과 다우기술(59.67%)을 통해 가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창업주 양재봉 명예회장의 며느리이자 고 양회문 회장의 부인인 이어룡 회장(세명의 자녀들이 지분 4.07% 보유)이 이끌고 있다. 또 양 명예회장의 차녀 양회금씨의 남편인 노정남 사장도 이어룡 회장과 함께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신영증권은 창업주인 원국희(9.08%) 회장이 있고, 아들인 원종석(2.56%)씨가 작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영증권은 특히 전문경영인 이영환 공동대표이사가 최근 사임함에 따라 원종석 사장 단독 체제로 변경됐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은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장승우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해부터 한국금융지주의 회장을 맡으면서 금융계열사간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 실무적인 경영은 김재철 회장의 아들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과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책임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과거에는 이수빈 전 삼성사회봉사단장이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등 회장 역할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각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