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경영실험(?)'이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준기 회장이 빼어든 카드는 '인재 스카웃을 통한 경영혁신'. 그것도 외부수혈이며 상당량을 '삼성의 피'로 의존하고 있다.
한마디로 '관리'또는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삼성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삼성출신 인력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흡수한 것이다.
일례로 지난 8월, 그룹 2인자이자 30년 동안 동부에 몸을 담았던 한신혁 부회장이 물러난 후, 이명환 동부 부회장 단독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룹 내에선 " '건강상의 이유'로 한 부회장이 현역에서 물러나고 고문자리로 이동했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퇴진이라는 것이 그룹 안팎의 주장이다.
이명환 부회장이 바로 김 회장이 지난 2001년에 외부 수혈한 '삼성 피'의 대표주자다. 이 부회장은 삼성 비서실 상무, 삼성SDS 대표를 지낸 삼성맨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오영환 동부아남반도체 사장은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연구소장 출신으로 이건희 회장이 직접 관리한다는 소위 S급 인재인 것이다.
이외에도 삼성SDS사장 출신의 김홍기 동부정보기술 사장, 삼성화재 부사장을 지낸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 등 삼성출신이 주요 계열사 사장으로 포진하고 있다. 동부그룹 전체 임원 180여명 가운데 50명 이상이 삼성을 거쳐왔다. 동부아남반도체의 경우 25명의 임원 가운데 9명이 삼성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러다 보니 그룹 안팎으로 "김준기 회장은 삼성을 좋아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나오고 있다.
◆삼성피 수혈만 하나
사실 그룹 전체로 볼 때 단일 기업에선 삼성 인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삼성 출신들에 의해서 경영혁신이 이뤄진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동부에 삼성인맥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칫 삼성쪽에 치우치는 경향을 우려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외부에서 동부를 바라볼 때 '삼성의 의한 경영혁신'이라는 해석이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부의 경영혁신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출신이 전부가 아닌 다양한 출신들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동부건설만 봐도 대림, GS, 한진 출신의 다양한 인재들을 발탁하여 육성하고 있다.
◆변화는 김회장 자신부터
사실 동부그룹의 변화는 외부수혈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바른 시각이다.
변화의 중심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있다.
김회장에 대해 "최근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그룹 관계자가 지적한다. 환갑이 넘은(61) 나이지만, 지난 10월 자사 농구단인 동부 프로미의 유니폼을 입고 개막전 시구도 던졌다. 이 보다 전인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왕성한 대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좀더 개방적이며 역동적인 동부로 탈바꿈하려는 김 회장의 노력이 담긴 셈이다.
물론 김준기 회장의 이같은 경영 실험을 채점하기엔 시기상조다. 그룹내에선 동부의 변화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동부가 외부수혈을 통해 만들어진 십인십색(十人十色)의 기업문화를 어떻게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향후 동부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