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정 회장은 경영능력이 검증된 2세 경영인, 만능 스포츠맨 등의 찬사를 받았지만 자칫하면 ‘영어(囹圄)’의 몸이 될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부에선 선친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신화에 흠집을 내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에서 건설로' 인생 2모작 성공
지난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산 증인 ‘포니 정’으로 유명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작고함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의 오너가 된 정몽규 회장. 가업을 물려 받은 후 주택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현대산업개발을 건설업계에서 최고의 영업실적을 거둔 기업으로 끌어올리며 '자동차에서 건설'로 인생 2모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은 용산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 유학한 후 1988년 아버지 고 정세영 명예회장이 CEO로 있던 현대자동차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이사(80년), 상무(91년), 전무(92년), 부사장(93년)을 거쳐 96년부터 대표이사를 지내는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CEO'로서 경력을 쌓아 갔다.
그러나 지난 99년 3월 큰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동차는 몽구에게 줘라"는 말 한마디에 백기 투항하고 사흘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사임해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옮기는 쓰라린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당시 정 회장의 심정은 부친의 회고록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내가 몽규에게 같이 나가자고 했다. 지금은 잘하더라도 다음 세대에는 또 같은 문제가 벌어진다. 지금 분란의 씨앗을 완전히 잘라야 집안이 평안하다. 물론 이 일로 몽규가 많이 상심했을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측근에 의하면 정몽규 회장은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깊어 수 차례 선친에게 정몽구 회장과 함께 현대차 경영을 맡고싶다고 간청을 했다고 한다.
2000년에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함께 78억원을 출자해 중고차 매매업체인 '오토큐브'를 설립했던 것도 정몽규 회장이 얼마나 자동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오토큐브는 생각대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까지 이르자 정 회장은 스스로 2004년 5월 오토큐브의 지분을 정리하며 자동차와의 인연을 확실하게 끊어버렸다.
◆ 정 회장, 자기주장 강하고 직선적이며 소탈
정 회장은 경영스타일에서 아버지인 정세영 명예회장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고 정세영 명예회장, 정몽구 회장 등 현대가의 사람들이 다들 그러하듯 자기주장이 강하고 직선적이지만 매우 소탈한 경영인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일례로 1991년 현대자동차 파업 당시 정세영 명예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IMF 외환위기 직후 벌어진 현대자동차 파업에서 정 회장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가 노조간부와 담판을 짓기도 했다.
정 회장이 재계에서 주로 어울리는 인물들은 고려대 선후배이며 연배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최태원 회장, 이웅렬 회장 등이다. 또 삼양식품그룹의 전인장 부회장과는 선대 때부터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 이방주 현대산업개발 사장, 이치삼 파크하얏트 사장 등 현대자동차 시절부터 함께 해온 전문 경영인들도 빼놓을 수 없는 정 회장의 인맥이다.
한편, 검찰의 조사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측은 "건설경기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이 사법처리되면 회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만약 정 회장이 사법처리가 되면 회사측 임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과 회사 신뢰도 하락에 따른 악영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