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10년’동안 고난을 즐겨라 '연암 박지원家'

입력 2014-02-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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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초기에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거부당하는 고통을 견뎌내는 사람만이 세상을 바꾸어 놓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흔히 하나의 명품 브랜드가 있기까지는 최소한 10년 정도의 굴욕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굴욕의 기간을 이겨내느냐 여부에 따라 ‘명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은 35세에 과거시험을 접고 10여년간 실학공부에 매진했다. 무릇 이루고자 하면 10년은 매진해야 한다는 ‘10년법칙’을 연암도 실행한 것이다. 결국 그는 10년 후인 45세에 ‘열하일기’를 세상에 내놓으며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연암의 일생은 3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제1기는 35세까지로, 과거시험을 그만둘 때까지 학문에 발을 들여놓고 과거를 보려고 했던 입문기다. 그가 공부를 시작한 것은 16세 때 전주 이씨와 결혼하면서부터다. 연암이 글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장인 이보천이 직접 ‘맹자’를, 이보천의 동생인 홍문관 교리 이양천은 사마천의 ‘사기’를 가르쳤다. 이때 읽은 ‘사기’의 강렬한 현실비판 의식과 인간중심 사상은 연암의 삶과 저술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35세에서 50세까지 연암의 삶은 실학자들과 학문을 연구하고 토론하던 탐구기에 해당한다. 그는 실학자로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갔고 ‘열하일기’로 그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그래도 늘 가난한 살림살이로 부인 이씨의 고생은 말이 아니었다. 결국 가족들의 배고픔 앞에 수모를 감수하고 미관말직의 벼슬길에 나아간다. 제3기는 50세부터 세상을 떠난 69세까지 자신의 이상을 벼슬살이로서 이뤄보려 한 실천기라고 할 수 있다. 연암이 처음 벼슬길에 오른 것은 무려 50세 때인데 건축담당 하급관리인 선공감감역(종9품)이 된 것이다. 당대의 학자가 요즘의 국토해양부의 9급 공무원에 임명된 것이다. 이야말로 실학자 연암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반년도 못 돼 부인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연암의 독서법은 ‘끌리는 책을 반복해서 읽어라’다. 개성적인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조선시대 학자들의 필독서였던 사서삼경보다 선비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사기’ 등 역사서나 소설 등을 즐겨 읽었다.

“네가 서책에 대해 성의 없기가 이와 같으므로 늘상 안타까워하는 것이다.(중략) 고추장을 작은 단지로 하나 보낸다. 사랑에 놓아두고 밥을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겠다. 이것은 내가 손수 담근 것인데, 아직 잘 익지는 않았다.” 연암이 안의현감으로 있을 때 아들에게 보낸 글이다. 엄하면서도 자상한 아버지 박지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연암에게 배울 수 있는 또 하나는 메모 습관이다. 1780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철, 44세인 박지원은 중국 베이징으로 가면서 3개월 동안 겪은 모든 여정과 느낌을 메모했다. 이게 바로 ‘열하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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