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산업벨트]G밸리, 벤처기업 새 둥지 ‘IT 심장’으로 뛴다

입력 2014-0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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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 농경지, 반세기 만에 빌딩숲으로… 이젠 ‘디지털’ 새 옷

50년 전, 황무지나 다름없던 서울시 구로구 구로3동에 연기나는 공장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3년 뒤 이곳 43만㎡ 부지에는 소규모 공장형 산업단지가 탄생했다. 바로 최초의 공업단지인 수출산업공단이자 지금의 G밸리 1단지의 시초다. 당시 우리나라 수출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며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였던 이곳은 반세기 만에 초고층 빌딩 숲을 자랑하는 벤처기업의 심장부로 탈바꿈했다.

G밸리가 50여년간 바닥부터 시작한 ‘성장형’ 산업벨트라면 최근에는 처음부터 아예 최첨단으로 꾸려진 ‘완성형’ 산업밸리도 탄생했다. 바로 판교테크노밸리다. 역사는 3년으로 G밸리와의 격차는 어마어마하지만 특화된 최첨단 분야, 계획된 신도시와 입주기업 등 계획 하에 조성된 곳으로 새로운 형태의 신산업단지가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형님으로 꿋꿋하게 산업단지를 지켜온 G밸리와 짧지만 신세대 감각으로 톡톡 튀는 판교테크노밸리를 분석해 본다.

오전 8시30분. 16만 벤처인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서울디지털단지(G밸리)로 출근한다. 이 시간대 G밸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개미 행렬과도 같은 출근 인파로 장관을 연출한다. 같은 시간, 수만 명의 또 다른 G밸리인들은 구로구 구로동(1단지)과 금천구 가산동(3단지)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수출의 다리’를 건너며 수십 킬로미터의 차량 행렬을 만들어낸다.

10년이 흘러도, 근로자 수가 4배나 늘어도, 업체 수가 20배나 많아져도 20년간 단 한 번의 정비도 이뤄지지 않은 이 다리. 10분 거리를 1시간 동안 지나야 하지만 이들은 수출의 다리를 매일 건넌다. 이곳은 바로 ‘대한민국의 IT경제 심장’ G밸리다.

◇황무지가 반세기 만에 빌딩 숲으로 = G밸리는 올해 지천명(知天命)인 50돌을 맞는다.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나오면 벤처기업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G밸리 1단지가 펼쳐진다. 고개가 아플 정도로 빌딩들이 솟아 있어 50년 전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1964년 허허벌판 농경지였던 서울시 구로구에 공장들이 들어서며 최초의 공업단지인 수출산업공단이 탄생한 지 반세기가 지난 모습이다. 초창기 이곳은 공장 연기를 내뿜으며 국가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고, 당시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경공업 중심으로 제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였던 이곳은 전체 수출 물량의 10% 이상을 일궈내는 그야말로 ‘복덩이’였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5년간 무려 아홉 번이나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1단지에서 디지털로를 따라 차량으로 15분간 달리면 ‘마리오 아울렛’으로 더욱 유명한 가산동 2단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조성 10여년 만에 아시아 최대의 패션단지가 된 이곳은 주말이면 ‘저렴한 옷’을 찾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여기서 2㎞만 더 가면 바로 옆 동네이자 1단지에서 수출의 다리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가산동 3단지로 진입하게 된다. 역시 IT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간간이 섬유, 목재, 철강업체도 보인다. 1만2000개에 달하는 업체들이 3개 단지 곳곳에 박혀 있는 G밸리는 매일같이 16만명이 넘는 이들을 먹여살리고 있다.

◇변화무쌍한‘카멜레온’이자 ‘팔방미인’=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 가산동에 가면 중년 남성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30여명의 G밸리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합창단 ‘G하모니’ 단원들의 목소리다. G밸리에 노래 바람을 일으키며 일할 맛 나는 환경 조성에 앞장서는 하모니를 비롯, 크고 작은 커뮤니티들은 이곳의 역동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요소다.

어느덧 벤처기업 1125개, 상장기업 66개, 월드클래스 기업 3개 등을 키워낸 G밸리는 산업도시의 심장부로 탈바꿈했다. 게다가 접근성이 뛰어난 인근 지역들도 발전하고 있어 G밸리 성장 속도 또한 기대된다. 왼쪽에는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인 미곡지구, 오른쪽에는 국제금융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여의도, 위쪽으로는 5대 미디어 산업이 집결돼 있는 상암 DMC의 한가운데에 G밸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G밸리는 최고로 높은 20대 직장인구 밀도로 인해 창조경제의 핵심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심형 고밀집적화 단지를 형성해 온 G밸리 종사자수는 현재 시범사업단지의 13.7배나 된다.

G밸리는 구로, 금천구의 영문 이니셜과 녹색 그린(Green)의 앞글자 ‘G’, 미국 실리콘밸리의 ‘밸리’를 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별칭이다.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G밸리 명칭은 여러번 바뀌었다. 한국수출산업공단으로 시작해 구로디지털단지로 변경되고, 2000년부터는 공장형 건물들이 고층 빌딩형으로 바뀌는 등 도시화가 속도를 내면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새롭게 이름이 붙여졌다.

◇G밸리 미래는 즐기는 신 산업단지 = “세계로 비상하는 창조경제도시, 대한민국 지식경제의 허브.”

G밸리가 추구하는 2020년 목표다. 3개 단지를 중심으로 고급 인력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복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1단지는 창조산업, 2단지는 패션문화산업, 3단지는 IT산업 중심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을 기반으로 향후 5년 내 가산문화복지센터, 독산비즈니스센터. 디지털 박물관, 산학융합 캠퍼스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일하면서 배우고, 문화를 즐기는 신 산업환경’으로 바뀌는 과정을 거쳐 2020년에는 문화복지시설 10% 이상, 근로자수 20만명, 첨단지식기반산업 비중 85% 등을 실현할 계획이다.

단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많다. 녹지와 공원 비율이 0%일 뿐 아니라 근로자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교통 정체도 극심한 상황이다. 또 입주기업 중 30여개 업체가 판교 테크노밸리, 상암 DMC로 이전하면서 수도권 신규 산업집적지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기업 인프라와 복지문화 수준이 국가산업단지 중 최하위(19위)로 노후 산단을 탈피할 계기도 필요하다.

바야흐로 G밸리는 지난 40여년간의 정부 주도의 산업입지 정책에서 탈바꿈해 지역혁신 체제의 성공 모델을 찾는 질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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