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아도 너무 많은’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 판도를 좌지우지할 대형 매물들이 M&A 시장에 쏟아짐에 따라 업계에 고조된 위기감은 새로운 도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치환되는 듯싶다.
실제로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지주 품에 안기면서 국내 최초로 4조원대 대형증권사가 탄생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NH농협증권의 자기자본은 8800억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의 3조4600억원이 더해지면 4조3400억원으로 뛰게 된다. 합병을 마치면 그동안 자기자본 1위를 차지했던 KDB대우증권(3조7900억원)을 앞서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선다.
우리투자증권 외에도 현재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현대증권, 동양증권이 매물로 나와 있고, 내년께는 대우증권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 매물들이 산적해 있어 어떤 방식으로 M&A가 진행되건 증권업계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증권업계 새판짜기가 단순한 주인 바꾸기, 몸집 불리기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특히 매물로 나온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우증권은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선정된 증권사다.
이들은 종합적인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신용공여와 전담중개업무가 가능하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이 기업 M&A에 뒷돈을 대주는 일과 신생기업에 대한 직접투자 등이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이들 증권사는 이번 M&A를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글로벌 IB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형사들의 판도 변화가 단순히 몸집 불리기가 아닌 증권업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증권사의 재탄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