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우리투자증권 새 주인의 조건- 강혁 부국장 겸 시장부장

입력 2013-12-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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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본 입찰이 코 앞(16일)으로 다가왔다. 이번 M&A(인수합병)는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특별나다.

현재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그리고 사모펀드 형태를 띠고 있는 파인스트리트 등 3곳이다. 이변이 없는 한 1주일 후에는 세 곳 중 한 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세 곳 모두 인수 당위성과 강점을 내세우며 우리투자증권을 품안에 안기 위해 전력투구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투자증권 향방은 자본시장 앞날을 위해 중요한 사안이다. 이번 M&A로 옥동자가 탄생할지, 아니면 애물단지가 나올지는 전적으로 인수하는 곳의 능력과 의지에 달렸다.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책임감 없이, 단지 자본력이나 정치적 백그라운드를 내세워 인수를 성사시켰다면 그건 욕심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욕심 때문에 한국 자본시장은 또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누가 인수해야 할까.

먼저, 최소한 아시아에서 존재감 있는 증권사로 만들 수 있는 청사진과 방법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국내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레드오션으로 변한 국내 자본시장에서 왕 노릇을 하는 게 증권산업과 경제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이 경우 최고는커녕 경쟁력이 사라지는 ‘M&A의 역설’ 이 현실화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경영자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2~3년마다 CEO를 바꿀 생각이라면 아예 인수할 생각을 버리는 게 낫다. 능력과 자질은 무시한 채 지연이나 학연, 더 나아가 파워게임을 통해 CEO를 낙점한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것이다. 길어야 3년 있으면 물러나야 하는 현실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달라 요구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연속성 있는 경영을 할 때 ‘한국의 골드만삭스’ 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CEO만큼 중요한 게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증권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컴퓨터 자판기만 두들기고 수억, 수십억원을 벌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 책상에 앉아서 한 번에 수조원도 벌 수 있는 게 증권산업이다.

삼성전자가 많은 돈을 벌며 경제발전이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경제가 굴러가는 바퀴의 한 축일 뿐이다. 자본시장의 삼성전자가 등장해야만 한국경제는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실현시키는 게 맨 파워다.

때문에 IB(투자은행)와 헤지펀드, 파생거래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증권업 종사자조차 글로벌 경쟁력에 회의를 품는 건 인재가 없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인재 양성프로그램을 가동시키면서 외부로부터 인재 영입전략을 세워야 한다. 해외에서 공부한 유능한 인력들이 국내로 안 들어오고, 미국이나 홍콩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 눌러앉는 경우가 많은데 돈을 들여서라도 이런 인재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회사 문화도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3곳 중 두 곳은 금융지주다. 증권사가 금융지주사 밑에 있으면 장단점이 있다. 문제는 노파심인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문화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계열사로 만들어 결코 우수하지 못한 문화를 접목시켜 나갈 수 도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없는 조직문화로는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한국의 대표 증권사다. 몇몇 분야는 국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곳은 자본시장을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한국이 글로벌시장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간판 증권사로 키워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미련 없이 손을 떼야 한다. 집안에서만 큰소리치는 ‘방안퉁소’ 로 전락시킨다면 그건 비난받을 행위를 넘어 국가에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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