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분노가 나를 태워버린다

입력 2013-10-0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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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곰을 사냥할 때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덫을 사용했다고 한다. 커다란 돌덩이에 꿀을 바르고 나뭇가지에 밧줄로 메달아 놓으면 곰이 냄새를 맡고 온다.

꿀을 바른 돌을 발견한 곰은 먹음직스러운 먹이로 생각하고 다가와 발길질을 하면서 돌덩이를 잡으려고 달려든다. 그러면 곰의 발길에 채인 돌덩이가 진자운동을 한다.

앞으로 밀려갔던 돌덩이가 뒤로 돌아올 때마다 곰을 때린다. 곰은 화가 나서 점점 더 세게 돌덩이를 때린다. 곰이 돌덩이를 세게 때리면 때릴수록 돌덩이는 더 큰 반동으로 곰을 후려친다. 마침내 곰은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떨어진다.

곰은 이 기묘한 폭력의 악순환을 중단시킬 방법을 생각해낼 줄 모른다. 그저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더욱 안달할 뿐이다. ‘저 놈이 나를 때렸겠다. 그렇다면 본때를 보여 줘야겠다’라고 곰은 생각한다. 곰의 분노와 폭력의 강도는 점점 증폭된다.

그러나 만일 곰이 돌덩이 때리기를 중단하면 돌덩이도 움직임을 멈출 것이다. 곰은 돌덩이가 일단 멈추고 나면 그것이 밧줄에 매달려 있을 뿐 움직이지 않는 물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남은 일은 이빨로 밧줄을 잘라 돌덩이를 떨어뜨린 다음 거기에 묻은 꿀을 핥는 일뿐이다.

한순간의 분노로 그날의 골프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소한 미스 샷으로 일어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앙갚음하듯 다음 샷을 하다 보면 분노의 불길은 더욱 거세질 뿐이다.

동반자나 캐디의 무례실수에 쉽게 흔들리는 골퍼 역시 분노의 불길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골프에서 분노는 요원의 불길과 다름없다. 라운드 내내 분노의 감정을 가슴에 품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

PGA투어 중계화면을 보면 가끔 유명 프로선수들이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골프채를 집어던지거나 화난 얼굴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의 순간적 감정 표출은 분노 해소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노의 감정을 털어내지 못하고 가슴에 품은 채 라운드하는 것은 치솟는 불길에 계속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뿐이다. 분노를 떨치지 못하고 가슴에 안고 갈수록 불길은 더욱 거세어지고 종내에는 가슴이 숯덩이로 변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정상적인 샷이 나오고 냉정한 게임 운영이 가능하겠는가. 누적된 분노를 한꺼번에 분출하려고 하면 결코 정상적인 샷은 나올 수 없다. 최악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자기 분노에 자기 자신이 불타버린다. 물론 그날의 골프는 엉망이 된다.

‘성질이 아주 포악한 자는 칡덩굴이 큰 나무를 휘감아 말라 죽기를 기다리듯 원수의 소원대로 저절로 파멸하고 만다.’

법구경에 나온 이 구절은 골프 코스에서 쉽게 분노에 휩싸이는 골퍼들이 평생 가슴속에 담아 둬야 할 금언이다.

분노는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 나를 태워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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