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의 주식전쟁]‘가족간 파워게임’ 피도 눈물도 없다

입력 2013-10-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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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자리 놓고 싸우는 ‘형제의 난’… 지분 0.01%만 부족해도 패배자로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극 중 성진그룹의 경영권을 노리는 최민재(손현주 분)는 자신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장태주(고수 분)에게 “태주야 같이 가자. 황금의 제국으로”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성진그룹에서 밀려난 최민재가 사인 하나로 수조원의 투자를 결정하고, 수백억의 돈을 날리고도 아버지한테 꾸지람 한 번 들으면 끝나는 최서윤(이요원 분) 일가를 겨냥한 대사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은 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가족간 파워게임을 통해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작이다. 한 평론가는 ‘황금의 제국’이 허구의 드라마가 아닌,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체제의 굴레를 드러내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상위 1% 황금의 제국. 그룹의 후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집요하게 지분 경쟁을 벌이는 재벌가의 모습은 종영된 드라마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현실의 모습이기도 하다.

◇롯데·효성 형제간 지분매집 = 최근 롯데그룹의 2세 경영자인 신동빈 한국롯데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은 계열사 지분 매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은 8월 초 롯데제과 주식 643주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620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3.57%까지 높였다. 올 1월엔 롯데푸드 주식 2만6899주(1.96%)를 사들였다.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도 지난 9일부터 롯데손해보험 100만주(1.49%)를 사들였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롯데푸드 지분 1.96%를 매입했고, 5월에는 롯데케미칼 6만2200주를, 6월에는 롯데제과 6500주와 롯데칠성 7580주를 매수했다.

업계에선 두 형제의 지분 매입 경쟁이 후계구도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계열사들이 51개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 있으며, 이중 43개가 롯데쇼핑을 거쳐간다. 롯데칠성은 24개, 롯데제과는 12개 순환출자 고리에 연결돼 있다.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은 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 13.4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도 13.45%를 갖고 있어 지분율 차이는 0.01%포인트에 불과한 상황. 따라서 이번 두 형제의 주식 매입은 계열사 지분을 늘려 롯데쇼핑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효성그룹도 후계구도를 놓고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효성은 올해 초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면서 지분경쟁이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남 조현준 사장은 지난 8월 효성 지분 20만6804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로써 그의 지분은 9.14%로 높아지면서 3남 조현상 부사장(8.76%)을 앞질렀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조현준 사장의 지분은 조현상 부사장보다 1.29%포인트가량 적었지만 뒤바뀐 것이다.

◇대성·금호아시아나 ‘골육상쟁’지분전쟁 = 대성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분경쟁은 ‘골육상쟁’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대성그룹은 2001년 창업자 김수근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장남 김영대 회장은 대성그룹의 모태인 대성산업을 기반으로 한 대성합동지주와 차남 김영민 회장이 소유한 SCG, 3남 김영훈 회장의 대성홀딩스 등으로 사실상 분리돼 경영돼왔다.

지난해에는 상호명을 두고도 분쟁이 있었다. 김영민 회장은 애초 물려받은 서울도시가스를 SCG로 변경해 상호명 다툼이 없었지만 김영대 회장과 김영훈 회장은 대성지주 이름을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다 3남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이 승소했다.

금호가(家) ‘형제의 난’은 지난 2009년 박삼구 회장이 자신과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던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부터 시작됐다. 채권단의 중재로 2010년 3월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 각각 경영에 복귀하면서 ‘1라운드’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1년 만에 박찬구 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박찬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 내부자거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형 박삼구 회장과 오남수 전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집안 싸움이 법정에까지 오르게 돼자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10.45%)을 전량 매각하면서 동생과의 싸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금호석유화학도 계열분리가 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13.7%)을 자발적으로 처분키로 했다.

실질적으로 분리 경영이 이뤄지고 있지만 두 형제의 팽팽한 긴장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금호석유화학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79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출자전환하는 산업은행의 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출자 금지 예외조항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달라”고 질의했다.

◇조카·숙부 지분 경쟁도 = 한일시멘트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일시멘트는 지난 2012년 오너가의 가족들이 매입경쟁을 펼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 허기호 한일시멘트 대표(부회장)와 숙부 허동섭 한일건설 회장 및 일가, 허남섭 한덕개발 회장(한일시멘트 대표 겸직) 등은 한일시멘트 지분을 크게 늘리며 지배권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기도 했다.

동원수산은 지난 26일 창업주인 왕윤국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동원수산은 지난 2011년 3월 창업자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당시 창업주의 재혼한 부인이 대표이사 교체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내 매수를 통한 지분확보까지 나서자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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