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추석 선물ㆍ차례상은 우리 농축산물로-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입력 2013-09-10 11: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농촌에서는 봄에 뿌린 씨앗이 결실을 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맛보며,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훈훈한 정을 나누는 때다.

농업인들에게 추석은 1년 동안 땀 흘리며 정성을 다해 가꾼 농축산물을 팔 수 있는 대목 중의 대목이다. 이 시기 농축산물이 많이 소비돼야 비로소 수확의 보람을 느끼고 조금이나마 경제적 근심도 덜 수 있다.

반대로 추석 대목을 놓치게 되면 가뜩이나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값싼 수입 농축산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시름만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다.

이에 추석을 맞아 도시민들이 우리 농축산물로 추석 선물을 하고 차례상을 차린다면 어려운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업인들의 축 처진 어깨를 활짝 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로부터 추석이면 우리 선조는 친지 간이나 이웃 간에 떡과 음식을 나눠 먹고, 한 해 동안 정성 들여 가꾼 농축산물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감사의 정을 나눴다. 갓 추수한 햅쌀, 방앗간에서 직접 짠 고소한 참기름, 햇볕 좋은 마당에 말려 빻은 고춧가루, 탐스럽게 익은 사과와 배 등을 서로 건네던 모습이 우리 선조의 명절 풍경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값비싼 수입품보다 우리 농축산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게 추석 고유의 미풍양속을 되살리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우리 농축산물은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는 데다 고향의 맛과 향수까지 담아 전달할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 농업인들의 땀과 정성이 깃든 선물이라 받는 사람도 기쁘고, 주는 사람 역시 행복하다.

추석 선물 준비가 끝나면 다음은 차례상에 올릴 제수 음식 장보기에 바빠진다. 가을 햇곡식과 햇과일 등을 수확해 제일 먼저 올리게 되는 만큼 우리 농축산물로 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추석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고, 우리 농축산물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농축산물이 수입 과일, 수입 나물, 수입 고기 등에 밀려 차례상마저 내준다면 언젠가는 우리 땅에서 우리 농축산물이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농축산물로 추석 선물과 차례상 제수 음식을 사들이는 것은 농산물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소요된 거리를 말하는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도 줄일 수 있다. 우리 농축산물은 수입 농축산물보다 운송거리가 짧아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 환경을 보호하는 장점도 갖고 있다.

최근 경기가 어렵다 보니 지갑 사정이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는 추석 선물과 제수 음식을 사는 데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럴 때 미리미리 서둘러 우리 농축산물 직거래장터나 전통시장을 찾는다면 10~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이들 직거래장터와 전통시장에서는 가격 흥정에 덤까지 챙겨가는 재미와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농업인들은 자신이 수확한 농축산물을 제값을 받고 팔아 좋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신선하고 품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어 즐겁다.

농업인의 얼굴에 보름달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어려운 농촌 경제에 활력이 솟고, 도시와 농촌, 도시민과 농업인이 더욱 가까워지고,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 간에 고향의 따뜻한 정이 오가고…. 바로 추석 선물과 제수 음식을 우리 농축산물로 애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일석다조의 효과들이다.

우리 농축산물을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추석을 맞이하길 기대해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충전 불편한 전기차…그래도 10명 중 7명 "재구매한다" [데이터클립]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신식 선수핑 기지?…공개된 푸바오 방사장 '충격'
  • 육군 훈련병 사망…완전군장 달리기시킨 중대장 신상 확산
  • 박병호, KT 떠난다 '방출 요구'…곧 웨이버 공시 요청할 듯
  • 북한 “정찰 위성 발사 실패”…일본 한때 대피령·미국 “발사 규탄”
  • 세계 6위 AI국 韓 ‘위태’...日에, 인력‧기반시설‧운영환경 뒤처져
  • 4연승으로 치고 올라온 LG, '뛰는 야구'로 SSG 김광현 맞상대 [프로야구 28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258,000
    • -2.24%
    • 이더리움
    • 5,326,000
    • -1.77%
    • 비트코인 캐시
    • 647,000
    • -5.06%
    • 리플
    • 732
    • -1.21%
    • 솔라나
    • 233,200
    • -0.98%
    • 에이다
    • 634
    • -2.31%
    • 이오스
    • 1,125
    • -3.68%
    • 트론
    • 155
    • +0%
    • 스텔라루멘
    • 150
    • -1.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300
    • -1.91%
    • 체인링크
    • 25,420
    • -1.51%
    • 샌드박스
    • 619
    • -3.2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