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복학 ‘72세 여대생’ 학사모 썼다

입력 2013-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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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최고령 졸업생 61학번 변순영 할머니

“시력과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공부하기 쉽지 않았어요. 특히 컴퓨터 다루는 법은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려 고생을 많이 했죠. 졸업이 남들에게는 새 출발이겠지만 제게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변순영(72) 할머니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학사모를 단 한 번도 벗지 않았다. 반세기를 꿈꿔온 졸업이었기 때문.

26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지난 23일 학사학위를 받은 변 할머니는 1906년 숙명여대가 개교한 이래 최고령 졸업자다.

변 할머니는 1961년 3월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듬해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중소기업을 직접 운영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나서는 결혼과 육아가 할머니의 복학을 막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여자가 무슨 공부’라고 되묻는 편견이었다.

그렇게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고 할머니는 결국 아들과 딸을 모두 출가시키고 난 2011년이 돼서야 비로소 복학의 꿈을 이뤘다.

할머니는 그해 3월 ‘2학년 여대생’으로 캠퍼스로 돌아왔다. 손녀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바라던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가족과 학생들의 격려에 힘을 냈다.

영문과 8년 후배인 이 학교 조무석 영문학부 교수는 “포기하지 않는 게 바로 인생”이라며 “선배님은 용기와 열정으로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셨다”고 말했다.

변순영 할머니는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학생들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교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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