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 골프장 경영난 주범인가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07-3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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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골프존)

“휴~”

한 골프장 대표의 긴 한숨 소리다. 깊은 한숨 소리엔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땅속으로 꺼져버릴 듯한 기세다.

한숨의 주범은 골프장 경영난이다. 골프장 살림은 나아질 기미가 없지만 내장객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많던 내장객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동네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스크린골프가 내장객 다 빼앗아 갔어요. 요즘 골프계에서 호황을 누리는 건 스크린골프밖에 없을 거에요. 사실 스크린골프는 골프도 아닌데…”

긴 한숨에 이어 감춰뒀던 스크린골프에 대한 피해의식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참으로 딱한 변명이다. 골프도 아닌 스크린골프에 내장객을 다 빼앗겼다면 자체 마케팅 부재를 더 원망해야 한다.

스크린골프는 2000년대 중ㆍ후반을 기점으로 급속 확산됐다. 지금은 하나의 산업으로써 자리를 굳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20만원이나 하는 그린피가 없어도, 1~2시간 이상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값비싼 골프장비와 의류를 갖추지 않아도, 3~4명 이상 짝을 이루지 않아도 편안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으니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다.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필드를 밟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골프를 멀리 하던 사람들도 스크린골프 덕에 골프와 친해질 수 있게 됐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골퍼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데도 효자 노릇을 했다.

최근에는 필드는 나가지 않고 스크린골프만을 즐기는 사람을 일컬어 ‘스크린골퍼’라 부르기도 한다. 마니아층도 제법 두터워졌다.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스크린골프 인구 중 약 15%는 ‘스크린골퍼’다.

이들은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에 입문, 골프의류와 골프화,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골프채를 구입하고 있다. 결국 장기 불황 속에서도 국내 골프산업이 그나마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었던 데는 스크린골프 역할이 컸다. 이들은 골프장 마케팅 능력에 따라서는 모두가 잠재고객이 될 수도 있다. 잘만 하면 황금알도 기대할 수 있다.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면 스크린골프에 대한 시기와 질투, 원망이 존경과 존중, 화합으로 바뀔 수 있다. 바로 그것이 동시대 라이벌이자 동반자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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