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베의 태양이 어두운 이유- 민태성 국제경제부장

입력 2013-07-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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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바라보는 선진국들의 시선은 예상 외로 긍정적이다. 경제만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일본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생각보다 세다.

아베 신조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같은 시각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선진국들은 일본 경제를 지원하고 있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지난 주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는 일본의 엔저에 대해 별다른 제동이 없었다. 일본 경제의 회복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다시 확번 보여준 자리였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5월 표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마치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참의원 선거 승리를 예견한 듯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표지를 아베로 장식했다. 엔화 심벌을 가슴에 단 아베가 슈퍼맨 같은 동작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다. 아베의 옆은 전투기가 호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새도 아니다. 비행기도 아니다. 바로 일본이다’라는 제목으로 일본 경제의 부활에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보인다. 1분기 성장률은 4%대를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분기 성장률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돈 퍼붓기’로 상징되는 일본은행(BOJ)의 부양책은 시장에서 먹혀들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국제정세로 화제를 돌려보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참의원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유럽 언론은 일제히 불안한 시각을 내놨다.

로이터는 아베가 경제보다 국가주의적인 의제에 집중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헌법 개정을 비롯해 극우적인 행보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가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면 적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자위권에 주력할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다.

BBC 방송은 아베 정권의 정책 순위에서 헌법 개정이 우선 순위에 오를 것이라며 이같은 행보로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일본의 과거 반성이 전에 비해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베가 지난 20일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법을 바꾸자”라고 주장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우려는 분명 기우는 아니다.

더군다나 아베는 2006~2007년 1차 정권 당시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것에 대해 “통한스럽다”며 울분을 감추지 않은 인물이다.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 주요국의 관심은 다음달 15일에 쏠려 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우리의 광복절인 8월 15일 아베를 비롯한 일본의 각료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것이 확실하다. 일각에서는 국민정서를 감안해 아베 내각의 극우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지금 일본의 큰 줄기는 우경화다.

단기적으로 일본이 다시 살아날 수는 있다. 10년, 20년 뒤가 문제다. 고령화로 복지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인구는 줄고 있다. 기업 경쟁력 악화 등 일본 경제의 시스템은 과거와 다르다.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배에 달한다. 선진국 중 최악이다. 근본적인 문제의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돈 풀기’와 엔저를 배경으로 아베의 일본호가 일시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본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은 여전히 불안하다.

아베가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과의 정면 대치를 불사했다는 것은 진정한 리더로서의 그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중국은 이제 미국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아니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일본과의 각종 정부 및 민간 차원의 교류를 거의 끊었다. 중국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집권기에 양국관계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아시아 경제 시대를 맞아 협력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일본은 정답이 나와 있는 역사 갈등과 쓸데 없는 영토 분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려면 일본은 분명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는 일본의 태양은 밝을 수 없다. 아베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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