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지구 반바퀴 돈 세종청사 실·국장

입력 2013-07-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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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실·국장들이 육체적으로 한계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에 입주한 부처 실·국장들은 세종청사에서 서울로 왕복 300km가 넘는 거리를 자주 오르내리면서 6개월이 지난 지금 거의 지구 둘레(4만㎞) 반바퀴 이상을 돌았다고 한다. 거의 이틀에 한 번 이상은 서울에 올라간다고 한다.

차로 이동하면 서울에 한번 올라갈 때 기름 값과 톨게이트 비를 합치면 약 5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이를 계산하면 6개월 동안 1인당 약 350만원의 비용을 길거리에 뿌리는 셈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물론 출장비로 처리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복지예산 확충으로 경비예산이 줄어들어 이중으로 힘들다고 한다.

정부세종청사 이전이 반쪽짜리 이전이라 실·국장들의 고된 서울나들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실·국장들이 국회 회의시간에 늦지 않으려 목숨을 걸고 과속을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높으신 국회의원들이 회의시간 지각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세종청사에서 당정협의를 개최하러 내려온 적이 있다. 이날 7명의 국회의원 중 회의에 제시간에 도착한 의원은 3명뿐이었다. 대부분 초행이라 길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지각을 한 것이다.

당시 세종청사를 찾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종청사 공직자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잠시뿐, 국회 회의시간에 늦은 실·국장들은 국회를 무시한다고 질책을 쏟아내는 의원들 때문에 회의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진땀을 뺀다고 한다.

실·국장들이 국회나 서울청사 회의로 자주 자리를 비우면서 실제 업무는 과장들이 주관하는 경우가 많다. 과장까지 서울출장을 가는 경우도 잦아 실국 자체가 사실상 개점 휴업하는 때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과천에 있을 때 밀린 업무를 하고자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세종청사에서는 야근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라 업무처리 속도가 과천 때보다 두 배 가까이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이 서울 출장이 잦다 보니 실·국장 중 아직 세종청사 인근에 집을 구하지 않고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하루에 두 번씩 세종시와 서울로 오가는 일도 있어 굳이 세종청사에 집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실국의 부서회식은 저녁이 아니라 점심때 주로 하는 문화가 새롭게 세종청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최근 국회에서 세종청사 행정 비효율을 해결하고자 국회분원 설치 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세종청사에 국회분원이 설치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자주 내려오지 않고 다시 서울로 공무원들을 부른다면 여전히 세종청사 행정 비효율은 계속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인식을 국회의원 스스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참에 세종청사에 내려오지 않은 안전행정부 등 다른 부처들도 세종시로 내려올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한번 추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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